용산의 미군기지가 오는 96∼97년에 오산과 평택기지로 이전해간다. 19일 국방부와 주한 미군사령부가 밝힌 이전대상은 유엔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미8군사령부 등 4개 주요사령부와 AFKN 방송시설,통신시설,기타 미국인학교,체육시설 등이다. 서울도심 1백14만6천여평에 자리잡은 각 사령부와 관련시설의 이전에 소요되는 15억달러(원화 1조원 상당) 이상의 경비를 한국측이 부담하되 미측은 토지 점유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유사시설의 통합운영으로 비용절감에 협조하는 것으로 돼있다.그러나 「용산계획」으로 불리는 이번이 대이전계획에는 한국측의 이전경비전담이 지나치다든가,시설운영을 어떻게 효율화 하느냐는 문제 등과는 별도의 몇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첫째 기지이동에 관한 합의각서를 교환했던 작년에 비해 그동안 유럽에서의 미·소해빙과 소련이 개방정책이 성숙단계에 들어섰고 그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안보환경에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임박하고 있는가하면 북한이 엉뚱한 조건을 곁들이려하면서도 국제적 핵사찰에 응하는 쪽으로 자세를 서서히 전환하고 있는것은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종래에 볼수 없었던 국면들이다. 북한의 태도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요소도 고려해야 하지만 지금 북측이 보이는 방향전환의 의미는 그들 나름으로 불가피한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둘째 미·소 대결국면의 완화로 미측도 해외기지 축소조정을 구체화하고 있는만큼 주한미군의 존재양상도 한미간의 관계에만 주안을 둔다기보다,미국의 해외기지 조절계획의 일부로 파악하고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90년간 미 공군의 최대 해외기지였던 필리핀의 클라크기지가 92년 9월16일 완전 폐쇄되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다. 「용산계획」이 97년까지의 장기계획으로 돼있을뿐 아니라 이전을 위한 실무적 계획이 아직 성안되지도 않은 상태는 다른 한편 그 기간중 있을수 있는 안보변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력성의 유보상태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이다.
셋째 미·소가 유럽에서 대규모 병력철수를 하면서 아·태지역에선 계속 대병력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이미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물론 한반도 상황에 본질적 변화가 없은채 미국측의 일방적 감군이 「힘의 진공」을 빚어 대역으로서의 일본 군사력의 대두,북한의 충동을 유발할 우려 등 때문에 아시아지역에서의 미국의 방위공약은 아직 수위를 낮출수 없으리란게 대세이나 유동적 변수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을 부인못한다.
이런 상황에선 한국방위에서 한국군이 주도적 체제를 구축해가고 미측의 공중방위 및 조기경보체제 등이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97년까지로 길게 잡은 미군기지 이동문제는 이러한 상황들과 관련하여 그 배경을 이해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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