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능 교육은 예술이 아닌 상술에 지배되고 상품화로 전락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대학입시 음대 실기고사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결탁해 뒷거래로 부정입학을 시킨것이 들통이 나서 세간에 파문과 충격을 일으킨 기억이 새롭다. 이번엔 외국의 고물 악기를 밀반입하여 세계적인 명기로 둔갑시켰다. 악기상과 음대 강사의 합작으로 이뤄졌다니 거듭 놀랄 따름이다. 교활하게 속이고 어리석게 속아 넘어간 꼴이다.시중에서 헐값에 나도는 유명상표의 악기를 구입,외국에 들고나가 비슷한 중고상품으로 바꿔 사서 상표만 붙여 폭리를 취했다. 부도덕하고 간교한 상술에 대학강사가 버젓이 보증을 서준 셈이나 다름없다. 이따위 속임수가 통할만한 소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 예능교육의 풍조는 소질과 실력연마는 오히려 뒷전에 제쳐놓고 과시와 과욕경쟁을 벌이기에 물불을 안가린다. 일류선생의 일류과외에 명기를 수단으로 갖춰야 되는줄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악풍을 부채질하고 부추기는 쪽이 일부 몰지각한 예능계 스승임은 숨길수가 없는 현실이 아닌가. 일류 실기과외의 잣대가 곧 고액의 비용이며 명기를 구비해야 마음을 놓는다. 이만한 재주를 잘부려야 유명 선생의 칭호와 대접을 받게되는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이긴 하나,일부 수험생이나 전공학생과 부모들의 책임도 크다. 외제라면 사족을 못쓰는 악습과 무조건의 최고급 지향이 결국은 화를 불러 들였다. 물론 국내에 감정능력이 없다는 허점이 있기는 하나 허영심이 앞서고 강했음을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최고를 소유해야 직성이 풀리는듯한 버릇은 끝내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만다.
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고 나무랄수는 없다. 그러나 예능계 교수들의 양심에 못을 박는 「일어탁수」격인 교단의 상업주의는 마땅히 제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능교육의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예술전공의 목적과 요건을 뚜렷하게 자각하고 갖춰야 한다. 취미와 약간의 특기만을 믿고 뛰어드는 성급함은 곤란하다. 대가이전에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재능의 확인이 요구되는 것이다. 일반 학과가 뒤지니 할수 없다는 전공 선택이라면 미리 포기함이 옳은줄 안다. 무모한 과열경쟁의 억제도 긴요하다. 실력의 경쟁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려는 과열은 낭비를 초래하고 예능교육을 타락으로 이끌 뿐이다. 국내에서 안되면 외국에라도 보내야 한다는 과욕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명기라 하여도 명인의 손에 들어가야 제 구실을 하는 법이다. 좋은 악기에서 재능이 나오는것은 아니며 훌륭한 재능이 개발됨으로써 명기가 살아난다. 돈으로 깔아가려는 예능교육의 혁신이 시급하다. 예술인과 대학인들의 사려 깊은 대책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