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동네돌며 주민살림 챙겨/한강고수부지 청소로 일과시작/구청출입·의회참석도 자전거로서울 성동구 성수2가 1동 주민들은 이 마을 출신 성동구 의회의원 김재인씨(66)를 『자전거 의원님』이라고 부른다.
점퍼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하루종일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는 김씨의 모습이 평범한 이웃 할아버지 아저씨처럼 친밀한 정을 느끼게 해준다.
몇몇 동료의원들이 『의원으로서의 체통이 서지않는다』며 못마땅해하기도 하지만 김씨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구청을 드나들거나 구의회에 참석할때도 늘 자전거를 타고다닌다.
『구의원이란 것이 위세나 부리는 정치꾼이 아니라 주민살림살이를 챙기는 동네 일꾼이므로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주민들의 얘기를 귀담아듣기 위해서는 자전거만큼 편리하고 기동성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새벽5시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뚝섬 고수부지를 나가 밤사이 취객들이 어질러놓은 쓰레기를 구청청소원들과 함께 치우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김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까지 청소한뒤에야 아침밥상을 받는다.
상오시간은 제대로 의원활동을 하기위해 집에서 지방자치법,세법 등에 대해 공부를 한다.
『구의원이 공부를 안해 지방제가 뭔지도 모르는것 같다』는 주위의 평을 들을때가 가장 부끄럽다는 김씨는 『열심히 공부를 하느라고 하지만 나이탓인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고 겸연쩍어 했다.
요즘에는 일본에서도 가장 모범적이라는 후쿠오카지역 지방자치를 공부하고 있는 김씨는 『구의회내에 환경·재무 등 전문분야별 상임위구성을 금하고 있어 구의원들이 예산심의 등 매우 제한된 역할밖에 하지못하게 돼있다』며 『지역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개선키 위해서는 의원들의 개인적 노력과 함께 법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오에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본격적인 지역구활동(?)에 나서는데 특별한 예산없이 주민스스로 할수있는 화분가꾸기·쓰레기분리수거 등을 주민들에게 꼼꼼히 당부하고 가로등 설치·하수구 시설개선 등 문제는 구청에 가 담당직원들에게 필요성을 역설한다. 보다 설득력있는 주장을 위해 김씨는 반드시 사진기를 갖고다니며 문제장소는 일일이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전남 고흥출신인 김씨는 건국대에 입학하면서 상경,학교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이래 줄곧 성동구에서만 살아왔다.
61년 재무부에 들어가 이재국 등에서 근무하다 개인사업을 하기위해 75년 주사로 퇴직한 김씨는 그후 봉제공장 등을 운영하면서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해왔다.
『5년전 세를 살때 집주인이던 김씨가 집세도 적게 받고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친형님처럼 도와주었다』는 정근석씨(47·상업) 등 주민들이 적극 추천한데다 『늘그막에 멋지게 동네할아버지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지난 3월 기초의회의원에 입후보한 김씨는 주민들이 너도나도 선거운동원을 자원하는 바람에 별어려움없이 당선됐다.
주민 구영자씨(43·여)는 『동네사람들이 하도 자전거의원님한테 꾸중을 많이 들어 몰래 쓰레기를 내다버리려다가도 자전거소리가 들리면 깜짝놀라 거둬들인다』며 『어려우면서도 워낙 꼼꼼하고 자상해 모두 동네어른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하나를 출가시키고 부인 주옥진씨(62) 아들 영호씨(30·사업)와 살고있는데 자료정리 등 비서역은 부인의 몫이다.
김씨는 최근 말썽이 됐던 구의원 해외 무더기 연수계획에 대해 『그돈이면 소년소녀가장 20여명을 먹여 살릴수도 있는데 일부 허영심에 들뜬 의원들이 할일은 안하고 행세할 생각이나 하고 있어 큰일』이라고 민망스러워 했다.<이동국기자>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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