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특혜금융」 의혹에 대한 재무부와 은행측의 대응자세가 여론의 방향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오히려 의혹을 굳혀주고 있다. 여론은 지금 법의 심판을 통해 유죄가 드러난 한보그룹에 대해 조은,서울신탁,산은,상은 등 관련은행들이 무엇때문에 그처럼 관대하게 신용대출의 혜택을 베풀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더구나 은행들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은행감독원이 신용대출금의 할당을 중재했다고 하니 은행차원 이상의 기관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된다. 여론은 또한 기업윤리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 오늘날의 기업은 사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본질적으로 갖고있는 공공성을 상실할 수 없다. 기업의 영리추구는 자본주의체제 아래에서는 기업의 당연한 권리이다.그러나 그 영리추구도 법과 질서의 궤적을 따라야한다. 또한 사회적 윤리를 존중해야 한다. 이윤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독점자본주의 시대의 사고나 중상주의적 행태는 역사에 묻힌지 오래다. 불행하게도 한국사회에서는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정경유착,부정,불법,비리가 판을 치게됐다. 가치관이 어느때보다 뒤집어져 있다. 특히 기업이 차지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영향력이 막중해짐에 따라 그 책임 또한 중요하지 않을수 없다. 한보그룹의 사건에서 기업윤리를 강하게 묻고자 하는것은 이완되기 쉬운 기업윤리의 착근을 희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무부와 관련은행들의 한보그룹 「특혜융자」 문제에 대한 접근태도는 여론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만 재무부장관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보그룹의 제3자 인수는 검토된 바 없다』고 말하고 『기업주(정태수 회장)의 경영권배제도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회장의 경영권배제 문제에 대해 『감정차원에서 처리될 일이 아니다. 과거 국제그룹과 같은 기업의 경우 감정차원에서 일을 해결했다고 해서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한보를 국민감정만을 고려해 제3자에게 인수시키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한 한보철강에 대한 1백67억원의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담보범위내의 대출이기 때문에 신용대출이라 할 수 없다』고 특혜설을 부인했다. 그는 여론이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한보그룹에 대한 은행의 일련의 「특혜융자」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편것이다. 그의 말에서는 특혜 「의혹」에 대한 해답을 전혀 찾을수 없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느껴볼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화석과 같은 불감증을 드러내고 있다. 의혹과 사회적 책임문제는 매듭을 져야한다. 재무위의 야당의원들이 요청한 「한보조사특위」 구성이 이 문제를 푸는 합리적인 일의 첫 수순이 아닌가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