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거치뒤 17개월분할로/운전자금 명목으론 예외/보통 6개월∼1년만기… 설비자금 조건한보그룹의 4개 거래은행들이 한보철강에 대출해준 1백67억원의 상환조건도 특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 서울신탁 상업 산업은행 등 4개 은행은 지난달 21일 한보철강에 1백67억원을 대출해줄 때 상환조건을 8개월 거치후 17개월 동안 매달 10억원씩 분할상환(마지막달은 7억원)토록 했다.
4개 은행들은 이 자금을 「한보철강 운전자금」 명목으로 지원했는데 이같은 거치식 분할상환조건은 설비투자 자금지원이나 부실기업지원때 적용하는 것으로 운영자금의 지원조건으로서는 매우 예외적인 특혜조건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은의 은행여신운용담당 관계자는 『분할상환토록 할 때에는 최근의 철강업황으로 봐서 거치기간을 두지 말았어야 하며 일정기간의 만기를 설정할 때에는 일괄상환토록 하는게 정상적인 처리방식』이라고 말했다.
운전자금의 지원은 대체로 6개월∼1년을 만기로 설정,운용되며 만기시 일정액을 상환한후 연장여부가 결정된다. 더구나 자금난이 심할경우 만기시한은 3개월 안팎으로 짧게 설정되기도 하며 특히 지난달 하순에는 은행자금난이 심해 20일 이하의 일시대마저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거래은행들은 대출금을 상환받기 위해 한보철강의 약속어음을 갖고 있지만 대출약정서에는 상황이 어려울 경우 상환기일 연기가 가능토록 명시돼 있어 한보철강의 사정에 맞춰 상환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설왕설래속 한보의 장래는/「3자인수」… 경제적 가능성 희박/부도위기 연초비해 자금력 호전/법정관리땐 은행채권도 무력화/「의혹벗기」 정부태도가 문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집행유예 석방이후 한보그룹 특혜시비가 다시 부각돼 끝없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이런 특혜시비속에서 과연 한보그룹이 그대로 존속될수 있을것인가,아니면 제3자에게 인수되는 운명을 맞을것인가 하는데로 쏠리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때 정부나 은행에 의한 한보의 제3자 인수조치는 올해초 한보사태 돌발당시보다 훨씬 어려워진게 사실이다.
당시엔 문제의 한보주택이 매일같이 결제를 요구하며 돌아오는 어음 때문에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었으므로 제3자인수는 정부나 은행이 마음만 먹었더라면 별 무리없이 할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보주택이 부도가 나게되면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선 한보철강에 결제를 요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채권행사라는 차원에서 한보그룹의 제3자인수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은행들은 한보에 자금지원을 하면서까지 한보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5개월여가 지나면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한보주택은 3월초 법정관리 신청으로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명령이 떨어져 채권·채무가 동결된 상태이고 한보철강은 건설호황에 따른 철강재의 엄청난 수요덕분에 돈을 미리 받으며 식지도 않은 뜨거운 철강재를 공장에서 실어내고 있다.
또 그 사이에 수서주택조합 보상문제도 마무리돼 한보의 운명에 결정적이었던 변수도 사라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보주택에 대한 법정관리까지 받아들여지면 정부나 은행에 의한 제3자인수 추진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한보주택의 채무액 1천억원이 동결됨으로써 은행이 제3자인수 종용에 사용할 수 있는 압력수단인 「채권력」도 동시에 무력화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한보철강은 자금력이 괜찮은 상태이기 때문에 은행의 채권력 행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보그룹의 제3자인수가 가능키 위해서는 한보주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한보그룹의 부도위기가 다시금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이것도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도 아니다.
한보그룹의 자금대응력이 5개월전에 비해서는 현저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보그룹은 정부의 제3자인수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한보주택의 법정관리 신청취소를 통해 정리절차에 들어가 한보철강에까지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한보주택의 부동산담보들은 실제가격보다 50% 정도로 낮게 평가돼 있기 때문에 은행의 채권을 충분히 변제할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럴경우에 정부나 은행이 제3자인수를 위해 이용할수 있는 힘은 없게 된다.
한보그룹의 상황이 이처럼 다소 개선됐다고해서 특혜시비가 가라앉거나 제3자인수의 당위성이 사라지는건 아니다. 오히려 이와 같은 상황호전이 다름아닌 정부의 특혜적 조치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제3자인수의 당위성은 더욱 높아만지는 것이다.
한보가 은행의 비정상적 금융지원 등을 통해 정상화되면 될수록 정부는 더욱 궁지로 몰리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그대로 지속되면 한보사태는 6공 최대의 의혹사건으로 남게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따져서 제3자인수가 어려울 경우 다소 무리지만 정치적 수단이 동원될수도 있고 혹은 가능성은 다소 희박하더라도 정회장이 스스로 나서서 제3자인수를 선언하는 방식도 상정해볼수는 있을 것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