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육의 「12세 환갑론」은 이제 언어학자들만이 아는 이론이 아니다. 식자층이면 다아는 얘기다. 외국어도 12세 이전의 어릴때부터 가르치면 모국어와 다름없이 할 수 있다해서 「어려서 가르칠수록 좋다」는 외국어 조기교육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더욱이 다가오는 21세기는 국제화시대,무역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국제경쟁의 시대속에서 적자생존하려면 세계상업언어의 제왕격인 영어를 우리 2세들에게 조기교육시켜야 한다는 논의는 그 어느때보다 설득력이 있을것도 같다. 교육부가 95학년도부터 영어를 국민학교의 정규과목으로 채택한다는 정책방향을 이미 정했고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실용적인 측면만 따진다면 영어를 국민학교 고학년부터 가르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외국어교육은 단순한 언어교육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근본문제가 충분히 고려돼야하며 몇가지 전제가 앞서 시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일찍이 「언어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기보다는 훨씬 더많은 사람들이 언어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경고한적이 있다. 이 말은 영어를 일상용어로 쓴다면 사고를 미국식으로 하게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국민이 사고의 동일성을 보존하지 못할때 역사·문화에 대한 동질성은 유지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주권국가들이 다국어주의를 배격하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를 케케묵은 국수주의에 사로잡힌 고정관념이라고 외면할 것인지 교육당국자에 묻고싶다. 그렇지 않아도 2세들에 대한 국어교육과 국민들에 대한 어문정책이 모자라고 잘못되어 우리의 언어생활과 문화가 외국것에 의해 적지않게 잠식당해 온지 오래다.
공영방송에서 사투리와 외래어가 거침없이 쓰이고,뿌리를 알 수 없는 「같아요」란 투의 말들이 마구 사용될이만큼 국어와 언어교육이 제구실을 하지못하는 것부터 반성하고 대책을 서두르는 것이 영어의 조기교육에 앞서 교육당국이 할일이라고 우리는 본다.
오는 세기가 무역경쟁의 시대가 된다는 예측은 크게 틀리지않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2세국민 모두가 「영어를 우리말처럼」해야만 살아 남는다고 볼수는 없다. 지금의 문법·작문위주의 중·고교 영어교육을 더욱 듣고 말하기식의 실용영어 교육으로 개선해가고 어학특수학교를 설립,어학에 재주있는 어린이들을 조기교육하는 방식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영어를 2세국민 기초교육의 교과목으로 채택하는데 가장 시급한 제일의 전제는 국어교육을 강화해 2세들이 우리의 말과 글을 제대로 쓸수 있게하는 일이다. 선진국들이 제나름의 교육위기에 처할때마다 자국어교육을 강화하고 자국어를 갈고 닦는일에 국가차원의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와 역사적 배경을 우리교육 당국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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