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1백개 실은 「좋은 서독인」/탐욕적 사기꾼등으로 묘사/초판 1만부 매진… 재판인쇄통일후 서독인들의 멸시어린 농담의 대상이 됐던 동독인들이 서독인들을 두고 폭소케하는 유머를 모은 책이 동독 주민들 사이에서 날개돋치듯 팔리고 있다.
최근 동독 라이프치히의 포룸 출판사가 내놓은 「좋은 서독인」이란 역설적 제목의 이 유머집은 초판 1만부가 순식간에 동이 나 재판인쇄에 들어갔다.
라치프히치의 한 작가가 신문 가십란과 술집 등에서 주워모은 3천여가지의 유머중 1백개를 「엄선」해 만든 이 책의 인기는 그동안 동독 주민들이 「오만한」 서독인을 비웃을 수 있는 농담거리를 얼마나 고대해 왔는가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독인들은 통일전 올브리히트와 호네커 등 공산당 지도자들을 비웃는 농담들을 몰래 즐겨 왔다. 처벌 위험을 무릅 쓴 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동독인들은 지배자들에 대한 정신적 우월감을 맛보면서 억압체제의 스트레스를 해소했었다.
통일과 함께 반감과 농담의 대상이 사라진 대신 동독인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갖가지 모욕적 농담거리로 서독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처지가 됐다. 이 때문에 동독인들은 유머를 잃어버린 듯 했었다.
그러나 이 「좋은 서독인」은 유머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한 본능임을 확인케 한다. 서독인들로부터 「게으르고,투박하고,어리석은」 열등 독일인으로 묘사돼온 동독인들은 서독인을 「천박하고 오만한 탐욕적 존재」로 비웃는 유머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천박한 서독인들은 동독인들을 속이고 동독땅에서 무엇이든 거둬 가려는 파렴치한 존재들로 묘사되고 있다.
라이프치히의 한 호텔에 묵었다 떠나는 서독인 부부에게 호텔지배인이 친근감어린 작별인사를 했다. 『언제나 저희 호텔을 기억해 주십시오』 서독인부부 『아 물론 당신네 호텔 수건을 쓸때는 생각이 나겠지요』
동독인 두사람의 대화. 『서독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어제 강도에게 몽땅 털릴뻔 했어』 『서독사람이 강도를 때려 쫓았단 말인가』 『아니,서독놈들이 먼저 내 주머니를 비워 갔거든』
『이 서독친구야,거짓말하지 말게. 당신이 동독사람 지갑을 소매치기하는 것을 목격한 증인이 다섯이나 있네』라고 재판관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그걸 못본 증인 5백명을 데려 올수 있습니다』
이같은 유형의 농담들은 「2등국민」이란 열등감에 빠져들고 있는 동독인들의 자기방어심리를 반영한다. 서독인들로부터 『기댈 생각만 한다』는 비난을 느끼고 있는 동독인들은 서독인을 「사기꾼」이나 「도둑」으로 만듦으로써 열등의식을 떨치고자 한다는 것이다.
부를 과시하는 「탐욕적」인 서독인들에 대한 시기심과 질시는 이들이 동독 여성들을 호리고 있다는 우려가 담긴 농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동독인이 서독인에게 말했다. 『내 아내가 아기를 가졌네』 『아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말게. 난 관계를 끊은지 오래 됐네』
한층 더 파렴치한 서독인의 경우는 이렇다.
서독인 주인의 치근대는 짓을 견디다 못한 동독 출신 가정부가 말했다.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난 창녀가 아녜요』 그러자 서독인 주인은 『아니 얘야,누가 돈을 주겠다고 했니』라고 말을 받았다.
서독인에 대한 질시와 반감은 「죽은 서독인」이 「좋은 서독인」이란 최악의 농담까지 낳았다.
한 동독인이 다른 동독인에게 물었다. 『왜 지나가는 전차마다 키스를 하는거요』 답변 『서독놈을 친게 어느 차인지 몰라서요』
오스트제호숫가에서 서독인이 동독인에게 말했다. 『저기 저 인명구조원이 오늘 오전 날 구해 주었소』 동독인 『알고 있어요. 벌써 내게 와서 사과했소』
이처럼 「사악한 유머」의 유행은 동서독 인간의 반감이 민족내부의 적대감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사악한 유머」도 자기만족의 즐거움을 안겨 줘 동독인들의 갈등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프로이트류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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