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교의 교육현장은 전교조 사태로 입은 상처가 아직 완전히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 불과 2년전에 치렀던 큰 홍역의 후유증이 쉽게 씻기지 않은 것이다. 그같은 상황속에서 「시국선언서명교사」 파동이 몰아닥쳐 교육현장은 자칫 잘못하면 또한차례 상처를 받고 갈등의 골을 깊게 파놓을 것같아 보인다. 강경대군 치사사건이 빌미가 되어 지난 5월초·중순께 일선교사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시국선언서명」 파동은 전국서 6천명에 가까운 초·중등교사들이 가세,교단의 새불씨로 등장했던 것을 우리는 크게 걱정해 왔었다.그후 서명교사처벌 문제를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설득과 회유에 고심하며 징계의 폭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 대해 우리는 이해하려는 입장이었고,「서명교사」들에게도 주장은 그쯤해두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게 되기를 바라왔다. 그 일로 해서 「2세 교육의 현장」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서명파동」의 후유증은 태안의 서남중학교와 수원의 매탄국민학교에서 예기치않은 양상으로 터져 나왔다. 서명교사와 학부모들이 직접 부딪치면서 일어난 지극히 비교육적인 사건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며 동시에 우려가 작지않은 사태이다.
지금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활발한 교육참여를 전제로 하는 교육자치제 시행을 코앞에둔 시점이다. 이같은 때에 그런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교사들의 교권과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의 위상과 한계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더불어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서도 같은일이 터질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더욱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두지역 학부모들이 학생의 등교를 막고,교사를 축출하며 교문을 걸어 잠가 조기방학을 할 수밖에 없도록한 물리적 힘을 앞세운 과격한 행동은 틀림없는 교권침해다. 옳지 않았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남중학교 서명교사들의 비정상적인 교육행위에 대한 학부모들의 교육권 주장에도 관심이 가는 측면이 분명히있다. 북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이 틀렸다고 중1 사회교과서 일부(70쪽 3줄)를 지우게하고 교사가 자의적으로 내용을 삽입해서 가르쳤으며 운동권용 그림과 노래를 학습자료로 활용하고 자본주의는 망하고 사회주의가 싸워 승리한다는 내용의 만화를 읽히는 등의 정상을 일탈한 교육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화 교사들에게 자녀교육을 맡길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교육권 주장은 사실여부의 확인과 함꼐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그래서 「일부서명교사=의식화교사」라는 새로운 사실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학부모들의 물리적 행사만큼이나 충격적인 것같다. 또한 전교조가 「서명교사」들을 「자기세력시」하고 조직적으로 대변하고 나선것도 그 내막과 관련성을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서명교사」들의 순수성을 의심케한 계기가 된 것같다.
여하튼 서명교사 징계를 주말내지는 월말로 잡고있는 시·도교육청은 징계폭을 가능한한 최소화해 「서명교사 파동」이 교육현장에 남길 갈등의 골을 극소화했으면 한다. 그리고 교육자치제하에서 교권과 교육권이 상호보완적 기능을 할 수 있는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서둘러 주기를 함께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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