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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쟁점불구 맥빠진 공방/임시국회 대정부질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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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쟁점불구 맥빠진 공방/임시국회 대정부질문 결산

입력
199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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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야참패 여파로 시들/백화점식 나열에 평행선 답변/세대교체·내각제 삭제파문·핵 공개거론 눈길13대 의회의 사실상 마지막 임시국회가 될 이번 국회의 본회의가 12일 사회·문화분야를 끝으로 4일간에 걸친 대정부 질문을 마쳤다.

이번 대정부 질문은 신도시 부실공사문제와 전력난문제 등 새로 부각된 민생현안과 한보그룹·오대양사건의 부활된 이슈 등 대형 쟁점들이 산적해있어 당초 여야간의 열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임기말 현상」이 뚜렷한데다 신민·민주 등 야권이 광역선거 참패의 후유증에서 탈출하지 못한 탓인지 뚜렷한 쟁점부각이 없는 맥빠진 모습으로 시종했다.

그러나 정치분야에서는 민자당내 3계파와 신민당 등이 내각제 개헌문제를 비롯한 향후정치일정,세대교체와 권력구조재편 등 예민한 쟁점들을 둘러싸고 각자의 희망사항과 상대당에 대한 의중탐색에 공개적으로 나서 다소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는 여야의원 모두가 그동안 공개질문을 금기시해왔던 핵문제를 중점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경제분야의 질문은 신도시 부실공사문제와 한보에 대한 금융특혜,2차 추경예산쪽에 질의가 집중됐다.

마지막날의 사회·문화분야 질문은 지역감정 해소문제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가입문제까지 광범위한 문제가 거론되었으나 백화점식 구색맞추기에 치중했다는게 중평이다. 다만 한명의 의원이 오대양사건을 중점적으로 질의했으나 「문제점 나열」 수준에 그쳤다.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것은 발언원고 내용삭제 파문.

첫날 정치분야 질문에서 민자당의 정동성 의원과 김홍만 의원은 각각 현정국의 양대 아킬레스건인 두 김씨 퇴진론과 내각제 공론화 문제를 끄집어냄으로써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의원의 경우 두 김씨를 직접 겨냥했던 당초의 원고 내용을 당지도부의 압력을 수용,세대교체론으로 일반화시켜버렸고 김의원도 내각제의 직접적 표현을 삭제하고 「권력구조 문제」라고 우회해 버렸다.

이같이 원고를 사전배포해놓고 실제발언에서는 삭제해버리거나 지도부의 압력에 따라 발언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은 지난번 국회에서도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이번 국회의 경우 그 내용이 모두가 민감한 정치현안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정부질문에서 「있어서는 안될 사전수위조정」이란 잘못된 관행을 남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통일·외교·안보분야 질문에서 남북한 유엔가입 선언 등 주변정세변화에 힘입어 여야의원 모두가 금기시하던 관행을 깨고 핵문제논의를 공식거론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민자당의 김중위·이상회·김제태의원 등은 『핵을 철수할때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력을 상실하는게 아니냐』 『주변 강대국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핵무기 배치가 우리안보에 큰 도움을 주는것은 아니냐』는 등 핵철수 반대를 전제로 질문을 했다. 반면 신민당의 유인학·정웅의원 등은 ▲핵무기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않는다(NCND)는 정책의 포기 ▲남북한 핵동시사찰 ▲한반도 비핵지대화 ▲주한미군 전술핵의 전면철수 등 진보적인 입장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종구 국방장관으로 하여금 『북한의 핵개발포기 의지가 명백해지면 남북한 모든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동시사찰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다소 진전된 입장표명을 하게 하기도했다.

경제분야에서 물가·쌀시장 개방 등에 대해 여야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촉구했으나 한보그룹에 대한 금융특혜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의원들만이 목소리를 높여 대조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회문화분야에서는 조찬형의원(신민)이 오대양사건을 끈질기게 추궁,철저한 수사를 다짐받은게 유일한 수확이었다.

조의원은 『당시 집단타살의 혐의가 짙었던 이 사건을 집단자살 사건으로 서둘러 수사종결한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1백70억원의 사채행방과 전경환씨 관련여부 등의 의혹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임시국회의 대정부 질문은 질문과 답변사이에 예정된 평행선을 그었지만 13대 국회 혹은 6공화국이 언젠가 정리해야할 항목을 한자리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것 같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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