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회담 재개” 배경·전망/우리측의 잇단 교류제의 희석 의도도/「불가피한선택」불구 「개방흐름」 청신호북한이 오는 8월27일 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엔가입과 일본과의 수교·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조성 차원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6일 노태우대통령의 밴쿠버발언 등 우리측의 잇단 대북제의에 대한 역공세적 성격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의 3차 고위급회담서 합의한 금년 2월25일 평양 4차 고위급회담을 1주일 앞둔 지난 2월18일 팀스피리트훈련 등을 핑계로 이를 일방적으로 중단한뒤 그간 우리측의 몇차례 공식·비공식 재개촉구에도 ▲국가보안법 철폐 ▲임수경양 등 방북인사석방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계속 거부해 왔었다.
우리측은 지난 4월8일 당시 노재봉총리가 「5월22일 재개」를 공식촉구한 바 있으나 북한측은 6월26일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대변인 안병수의 담화를 통해 지금까지 북측이 내세운 선결조건외에 『한국당국이 대학생 등 재야통일세력을 탄압하면서 한반도 통일문제에 있어 독일식 흡수 통일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와 당분간 재개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외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는 이미 지난 5월28일 유엔가입 결정때부터 나타났다고 볼수있다.
북한은 지난 2월 북경에서 열린 북한·일본수교 교섭때 일본측이 ▲핵사찰수락 ▲관할권문제 ▲성실한 남북대화자세 등을 요구하며 마지막에 북한에 납치된 「은혜문제」를 거론,사실상의 회담결렬을 선언하자 그간 이 문제를 풀고자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우리측이 지난해 한소수교에 이어 올해 유엔단독가입도 불사하겠다는 강행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북한측은 유엔동시가입으로 방향을 선회했었다.
이후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핵사찰 수락의사 표명으로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 실마리를 풀고 대남정책에서는 탁구·축구 등의 단일팀구성 등 표면적인 유화분위기를 유도하면서 고위급회담·적십자회담 등 당국간의 공식회담은 일체 거부하는 이중정책을 써왔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남북대화재개 없이는 이러한 대외정책의 홍보효과가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다고 판단한것 같다.
북한은 특히 다음달중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최근 일본에 밀사를 파견,「은혜문제」에 대한 막후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일본측은 핵사찰 수락의 명시적 표명,남북대화재개 등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몇년전부터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왔고 올해부터는 소련으로부터 원유공급이 중단돼 공장가동률이 50%를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본으로부터의 경협자금과 차관이 시급하다. 따라서 올해 일본과의 수교를 매듭짓고 9월 유엔가입 후에는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접촉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유엔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9월 유엔총회전인 8월27일∼30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열어 유엔안보리와 총회에서 무리없이 동시가입을 할수있도록 사전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그간의 대남공세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1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기 출범식에서의 노대통령의 치사와 15일 최호중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의 「통일대행진」에 대한 대북제의 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도 『북측이 방북자석방 등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국가보안법 철폐 ▲구속자 석방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불가침선언 채택 등 기존의 전제조건을 달지않아 고위급회담의 성사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북측의 이번 고위급회담 제의가 「불가피한 수용」이었다 하더라도 올해 유엔가입,핵사찰수락 의사표명 등 일련의 대외개방 조치의 흐름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일단은 앞으로의 남북관계 호전의 청신호로 보고 있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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