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등 강력한 반대 끝내 무시/「철강」 운영자금 보상비로 용도외 전용/당시 은행들 지준부족등 자금난 심각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정부의 「한보살리기 작전」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4개 은행이 법정관리를 앞두고 있는 한보측에 전격적으로 1백67억원의 신규 무담보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드러난 몇가지 단서들은 수서사건 이후 한보측에 대한 일련의 「너그러운 조치」들이 모두 당초부터 계획된 「한보살리기 작전」에 의해 이루어져 온것이라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올초 수서사건이 터진 이후 아슬아슬하게 부도 벼랑에 몰리던 한보가 은행의 지원으로 별탈없이 위기를 넘기자 그 과정에서 정부당국이 한보를 살리기 위한 각본을 미리 짜놓고 개입하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입의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었다. 수서사건 이후 맨처음 열렸던 채권은행장 비밀회합의 경우에도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기 위해 예약장부를 긁어 지워버렸을뿐 정부개입의 근거가 되지는 못했다.
사건이 터진후 거래은행들이 매일같이 단자사로 돌아오는 한보어음을 막기 위해 모두 7백억원을 지원했지만 이 경우도 이미 은행이 지급보증을 했기때문에 어차피 나갈 돈이므로 추가지원은 아니라고 은행들은 밝혔다. 나름대로 논리가 서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의 1백67억원의 신용대출과정은 사정이 다르다. 수서사건 이후의 한보처리과정서 금융당국이 개입한듯한 흔적이 처음으로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당시 거래은행들은 수서주택조합에 대한 한보그룹의 조합비 상환자금을 지원키 위해 서울신탁은행 62억원,조흥은행 46억원,산업은행 41억원,상업은행 18억원씩을 각각 한보철강에 대출해줬다.
서울신탁은행과 산업은행은 당초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은 강력한 외압에 「밀려서」 지원쪽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국내 제조업체의 산업자금지원을 주로 맡고있는 산업은행은 1백67억원을 지원키로 한 은행간 합의서에 서명도 하지 않았다.
산업은행 역시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배정된 41억원을 「한보철강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명목상 수서주택 조합에 나갈 돈으로 대출해 줄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보철강이 수서주택조합에 보상비를 물고나니 운영자금이 모자라게된걸 지원한 것으로 했다. 여신운영규정상 이것은 운영자금의 용도외 전용이 된다. 철강의 경상운영 자금으로 엉뚱한 곳에 돈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1백67억원의 거래은행간 할당액 배분은 과거 부실기업 특혜금융 지원때와 마찬가지로 은행별 여신과 담보를 합한 금액에 따라 할당액을 나눠줘 한보처리가 과거의 부실기업 특혜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별 대출할당액을 이처럼 나누는 것이 과거의 관례라는 은행감독원의 원칙설명에 대해 일부 은행에서 반발했지만 그대로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과 담보가 가장 많은 서울신탁은행이 대출금 규모가 제일 크게 됐다.
이렇게 해서 4개 거래은행들은 자발적인 상태에서는 명백히 원치않던 1백67억원의 무담보대출을 금융당국의 강압적 지시에 따라 결행했다.
당시 일부 시중은행들은 지준부족으로 한은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당하는 등 은행들의 자금상태가 매우 심각한 지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은행측에 엄청난 외압이 가해졌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
4개 은행의 1백67억원 신용대출은 굳이 갖다붙이라면 3천여명의 수서주택조합원 민원해결이라는 명분이 있어 금융당국은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의 금융당국의 개입이 일련의 한보살리기 작전에 의한것이 아니냐는 의혹은 좀처럼 씻기 어려울 것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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