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투성이로 영구미제가 되는가 싶던 세칭 오대양사건이 4년만에 되살아 났다. 공동묘지에서 「시체가 되살아났다」는 얘기를 듣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마저 든다. 87년 8월 여교주이자 회사대표를 포함해 32명이 집단 변시체로 발견돼 세상을 깜짝놀라게 했고,그래서 「한국판 인민사원사건」으로까지 불리었던 오대양사건은 경찰이 사건의 내막은 고사하고 성격규명도 제대로 하지못한채 수사를 종결함으로써 의문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었었다.유사종교 맹신자들의 동반자살이냐,타살이냐,사채자금 1백70억원은 어디로 갔느냐,배후에 실력자가 있다는 등등 꼬리를 문 의혹으로 「5공청문회」에서까지 회자됐던 것을 국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숨어살던 오대양회사의 간부사원을 비롯한 관련자 9명이 엊그제 경찰에 자수했다고 한다. 오대양 미스터리가 이제야 풀리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한다. 자수자들은 32명 집단변사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으로 구속돼 그 사건과는 직접관련이 없다고는 하지만 오대양이라는 회사를 위장,유사종교 교주노릇을 해왔다는 박순자씨와 오대양의 실체,그리고 집단변사 사건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않을까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자수동기 자체에도 의문점이 많아 수상한 측면이 없진않다.
어쨌거나 경찰의 이번 재수사만은 어물어물 넘겨서는 안될줄로 믿는다. 자수자들은 집단변사 사건보다 불과 3일전에 오대양회사와 관련된 폭행사건으로 구속됐으며,85년부터 87년 사이에 회사에서 3명을 폭행치사,암매장한 사건을 저질렀다는데도 그때 경찰수사는 하나도 밝혀낸 것이 없었던것을 보면 수사가 어느정도로 부실하고 무성의 했었나를 알고도 남을만 하다.
또 제보자나 손에 잡히는 단서가 없으면 쉽게 수사를 포기해버리고 마는 경찰수사의 구태를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제부터라도 과학수사의 기틀을 마련하고,집념의 수사요원을 기르는 수사를 위한 인적·물적 투자의 시급함을 걱정하지 않을수가 없다.
경찰의 이번 수사가 풀어야할 첫 과제는 32명 집단변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다. 교주 박여인은 누구이며,누가,왜 이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가를 밝혀내야 한다. 그 다음은 배후세력에 대한 의혹도 분명히 밝혀내고 1백70억원의 행방도 찾아내야 한다.
사건전모를 의혹없이 밝혀낼 수 있는 철저한 수사결과를 통해 그동안 실추된 수사경찰의 공신력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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