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재직때 공출 죽창독촉 방관/너그럽게 맞아주신 군민에 사죄”【하동=김인수기자】 한국법학계 원로이며 학술원 회원인 이항녕 박사(77)가 경남 하동에서 가진 한 강연회에서 50년전 일제시대 하동군수를 지낼 당시의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하동군민에게 사죄했다.
이박사는 바르게살기 하동군 협의회(회장 강순현·65) 주최로 지난 10일 상오11시 하동국교 강당에서 5백여명의 관내 기관단체장·사회단체회원·군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덕성 회복의 길」이란 주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박사는 강연에 앞서 『일제 말기 27세 나이에 하동군수로 재직하면서 개인의 출세와 보신을 위해 군민들로부터 공출을 받아내려고 죽창 위협을 방관 했었다』며 『너그럽게 맞아주신 하동 군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박사는 지난 40년 경성제대 법문학부 법학과를 졸업,39년 고등고시 문과에 합격,41년 6월 하동군수로 부임했었다.
이박사는 이날 강연회에서 자신을 『일제의 앞잡이가돼 공출미를 탈취하고 일제에 협력을 강요했던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당시 군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했으나 나는 배불리 먹고 지냈었다』고 참회했다.
이박사는 『공출실적이 도내에서 제일 나빠 43년말 창녕군수로 좌천,해방을 맞고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려 출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5년뒤 교편을 잡게됐다』고 회상했다.
이날 강연은 1시간30분동안 계속됐는데 강연회장에는 이박사가 군수를 지낼때 낯익은 노인 20여명이 참석,강연을 경청했다.
강연장에 나온 정달호옹(80)은 『군수시절의 이박사를 기억한다』며 『당시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니었겠느냐』며 머리를 끄떡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