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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받는 「면책」/조명구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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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받는 「면책」/조명구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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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시국회의 사실상 첫날부터 간단히 널길수만은 없는 「해괴한」일이 벌어졌다. 정당의 지도부가 헌법상 면책특권이 보장된 소속의원의 원고를 사전 검열하다시피해 문제시하는 발언을 삭제·억제토록 압력을 가했다. 그리고 이 발언을 하려했던 두의원은 입만열면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주장해 놓고도 못이기는체 이를 받아들였다.의원의 질문원고가 사전조정되고 의원들이 이를 수용하는 경우는 규격정치의 권위주의 시대에는 종종있었던 일들이다.

6공은 권위주의시대 청산을 약속했고 민자당은 3당합당의 이념으로 새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터이다.

정당의 지도부나 의원이나 모두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를 착각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민자당의 정동성 의원은 「지역감정의 상징인 정치지도자 퇴진」 「대권욕에 사로잡힌 두김씨의 정계은퇴」 대목 등은 삭제했으며 세대교체부분중 두 김씨를 겨냥한 부분은 우회적으로 넘겼다. 역시 민자당 소속인 김홍만 의원도 당초 원고에는 내각제개헌 재추진을 위한 조기공론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당지도부의 「홍보조정」에 힘입어 「내각제」를 모두 「권력구조」로 누그러뜨려 표현했고 「14대까지 갈것없이 13대때 공론화할 용의가 없느냐』는 부분은 아예 빼버렸다.

전날 민자당 총무단은 정·김의원의 발언내용이 강도가 높다는 소문을 전해듣고 이들에게 「문제발언 부분을」 삭제 하든지 예민한 부분을 누그러뜨리라며 물타기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의원은 발언하기도 전부터 「큰것을 한건하겠다」는 식으로 은근히 사전홍보를 하기까지 했고 두의원은 의기양양하게 지도부가 요구한 삭제·억제 발언의 내용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당지도부의 사전검열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두의원도 정말로 소신있는 얘기라면 면책특권이 주어진 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어야 했다. 그리고 압력에 자신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이러한 발언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설프게 얘기해 발언 이상의 효과를 노리는 계산이 있지않았나하는 의구심을 떨구기 어렵다.

민자당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후계구도 등을 둘러싼 당내분이 이전투구의 모습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재확인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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