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 형식적… 점진적 독립 전망”/낙관론/“협상은 시간벌기용… 본격내전 임박”/파국론유고사태는 가까스로 소강국면을 유지하고 있으나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알수없는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을 고비로 일단 휴전상태에 들어간 세르비아 지배하의 연방측과 슬로베니아는 현재 분쟁의 초점인 슬로베니아의 국경관할권을 연방법의 테두리내에서 슬로베니아가 관할키로 합의,정치적협상은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독립선언공화국 크로아티아에서는 경찰 및 방위군과 무장 세르비아 주민들간에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협상과 교전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유고사태의 향방을 내다보는 시각은 조심스런 낙관론에서부터 극단적인 파국론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희망적인 견해들은 양측이 예상외로 조기에 병력철수와 포로석방을 단행하고 협상에 나선 것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완강하던 세르비아가 독립허용을 시사하고,「대세르비아」 진영의 몬테네그로가 독립허용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의 상황변화에 따라 평화적 사태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 전망들은 우선 이번 무력충돌이 극한 대결이 아니라 상호 자제된 의지과시에 그친 점을 지적한다.
세르비아가 움직이는 연방군은 수백대의 탱크를 앞세우고서도 보잘것 없는 슬로베니아의 저지선을 적극 돌파하려 시도하지 않았다. 슬로베니아측도 결사항전 자세는 아니었다. 요란한 선전전에 비해 사상자가 의외로 적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슬로베니아가 독립선언과 동시에 장악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과의 국경관할권 협상에서 연방측이 관할권과 관세징수권은 양보하더라도 세관수입은 연방세입에 귀속시켜야한다고 주장,이를 관철시킨 점도 주목된다.
주권행사의 핵심이 걸린 이 사안에 대한 연방측,다시말해 세르비아가 취한 이같은 자세는 내심 독립허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독립의 형태내지는 조건을 협상하기 위해 군동원 등 강경자세를 취했다는 풀이를 낳고있다.
슬로베니아는 단일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세르비아로서는 경제적 의존이 단절되지 않는 형태의 독립 즉,국가연합으로의 연방개편 등을 수용할 것이란 전망인 것이다.
1차 대결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는 슬로베니아도 점진독립을 의미하는 「라즈두루지바니예」를 내부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이미 제작해 놓은 독자화폐 「리파」와 여권 등의 배포를 보류했다. 또 자국주둔 연방군도 3년에 걸친 단계적 철수를 협상목표로 삼고있다.
그러나 국가연합으로의 개편 등 타협가능성을 부정하는 비관론도 높다. 세르비아가 지배하는 중앙정부와 연방군이 존재하는 국가연합형태를 슬로베니아는 원치않는 반면 세르비아와 군부세력들은 기득권의 고수를 꾀하고 있어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비관론자들은 휴전을 양측의 「시간벌기」 전략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있다. 즉 세르비아는 국제여론 진정과 군정비를 위해 협상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슬로베니아도 서유럽 등의 자세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르비아측은 이번 사태전 오스트리아의 중립포기와 나토군의 개입까지를 가상,「조국과 공산주의 수호를 위한」 비밀도상훈련 「베뎀 91」을 실시했다는 설도 있다.
슬로베니아보다 크로아티아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인구 5백만명의 크로아티아는 덩치도 클뿐아니라 60만명의 세르비아인이 섞여 살고있어 분리독립이 훨씬 어렵다. 특히 세르비아인들은 정부·군·비밀경찰 등 통치조직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슬로베니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마케도니아 등과 함께 지난해 반공민족주의 정당이 집권했지만 유고의 지배논리는 「이념보다 민족」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크로아티아는 나치에 적극 동조,세르비아인 75만명을 학살한 전력이 있어 세르비아주민들의 적대감이 어느곳보다 높다. 따라서 양측은 분리도,공존도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만 고조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사태의 와중에 크로아티아 치안병력과 무장세르비아인들간에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데 대해 『연방군의 슬로베니아침공은 서막이고,다음은 크로아티아』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최근 비밀리에 헝가리로부터 크라시니코프 자동소총 2만정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연방측과의 본격충돌은 예비돼 있는 느낌이다.
독일의 디 차이트지는 『유고연방은 이미 와해됐다』며 『서유럽 각국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지속적인 국제적 위기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드리아해의 병자」 유고는 레바논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