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한해 5만4천여명 검거/몸값,농민 몇년 소득과 맞먹어/농촌지역 고질적 악습 매매혼등 원인부녀자 유괴와 인신매매가 중국의 큰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이런 종류의 범죄는 불과 5∼6년전까지만해도 주로 농촌지역 부녀자를 대상으로 개인이나 2∼3명이 그룹을 지어 저지르던 납치나 강제결혼 형태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대규모 유괴 전문조직이 생겨나고,전국적인 인신매매 조직과 연결해 분업화 되면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않고 창궐하고 있다.
작년 한해 중국 전역에서 검거된 유괴나 인신매매관련 범죄자는 5만4천여명,경찰에 구출된 부녀자만도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9년 전국규모로 실시된 6대 사회악척결운동(「제육해」운동)과 90년 5월의 범죄소탕운동(「엄타범죄」운동)에서도 유괴,인신매매는 중점단속 대상이었으나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강력한 단속에도 부녀유괴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까닭은 우선 이들 범죄가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유괴한 여자 한명의 몸값으로 2천원∼4천원(28만원∼57만원상당)을 받는다. 이것은 중국농민 한명의 몇년소득과 맞먹는 큰 돈이다.
부녀인신매매가 극성을 부리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농촌지역에서 아직도 고질적 악습인 일종의 매매혼이 성행하기 때문이다.
신부집에 약혼사례로 주어야하는 돈을 포함해 결혼비용이 갈수록 비싸지고 이에따라 돈없어 장가못드는 총각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유괴된 여자를 사들이는 것이 정식으로 결혼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싼편이니 항상 수요가 넘치는 셈이다.
지역에따라 아직도 문맹률이 6∼7할이 넘는 중국 농촌에서 「유괴된 신부」를 사들이는 사람들이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실도 이런 범죄가 갈수록 확산되는 또하나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점과 관련,더욱 놀라운 것은 일부 농촌지역의 중견 지도자나 관리들 조차 유괴된 부녀를 사들이는 「매주」를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이 유괴돼온 「신부」를 구출하려들면 당사자끼리 합의해 잘 살고있는데 왜 경찰이 개입하느냐고 오히려 맹렬히 비판한다는 것.
이런 분위기를 틈타 작게는 4∼5명에서 크게는 1백명이 넘는 대규모 유괴전문조직까지 생겨나고 있다.
유괴와 인신매매 조직이 범죄역할을 분담,분업화되면서 유괴대상도 종래 농촌부녀자에서 도시지역의 여공,학생,여교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범죄수법도 갈수록 잔인해져 초기와는 달리 유괴한 여성을 팔아넘기기전에 집단강간을 일삼거나 불구자를 만드는 경우조차 허다하다는 것이다.
보복위협이 무서워 유괴된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고 자살하는 여성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신문들은 이같은 부녀자 유괴사건을 단편적으로 간혹 보도하는데 그치고있어 최근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이 거의 없었다.
유괴사건의 확산속도에 당황한 경찰당국은 지난 89년이후 강력한 단속을 잇달아 실시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국가적 관심사로서 그 근절대책이 추진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무원 공안부와 전국부련 공동주최로 관련부처합동 공개대책회의가 처음으로 소집됐다.
이 회의에서는 4가지 기본대책이 논의됐다. ▲사회 각계의 부녀유괴범죄에 대한 공동대처와 유동인구관리강화 ▲상습범,두목급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추진 ▲유괴된 부녀를 사들인 「매주」도 강간범 등으로 강력한 형사처벌을 할수 있도록 법개정추진 ▲피랍자 본인에 대한 결혼주선 등 사후보호대책강구 등이다.
특히 관련법 개정문제는 지난 6월21일부터 9일간 소집된 전인대상무위(제7기 20차)에 상정되자마자 통과되는 신속함을 보여 유괴사건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반영했다.
유괴범에 대한 형량은 종전에는 5년 이하 징역으로,1천원짜리 황소를 훔친 절도범과 동일하게 규정돼있었다.
개정된 형법은 이를 10년 이상 징역에서 최고 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중국당국은 이와함께 금년 하반기이후 중국지역에서 다시 한번 전국규모의 범죄소탕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이에앞서 임시기구가 아닌 상설기구로서,관련 각 부서와 단체를 망라한 최고치안기구를 새로 발족시켰다.
수개월의 사전준비를 거쳐 지난 3월20일 정식발족한 「중앙사회치안종합치리위원회」가 그것이다.
이 기구는 비단 유괴뿐 아니라 매음,음란물 출판,도박 등 「신중국」을 좀먹는 각종사회악 척결을 지휘하는 총사령탑이다.
이 기구의 위원들이 주로 보수파원로 진운계열의 인물들이란 점에서 이 기구의 발족을 당내 보수·개혁파간의 권력투쟁과 관련시켜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내부투쟁보다는 개혁·개방의 계속 추진이 불가피함에 따라 동유럽사태의 재판을 막고 공산당 전정의 안보를 위한 다목적기구의 성격을 띤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홍콩=유주석특파원>홍콩=유주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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