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무대책 「실적행정」이 화근(긴급진단 신도시 부작용:9·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무대책 「실적행정」이 화근(긴급진단 신도시 부작용:9·끝)

입력
1991.07.05 00:00
0 0

◎자재난에도 품질등 감독허술/수급조정·안전제도장치 시급불량레미콘 공급사건으로 비롯된 신도시 부실시공의 파문은 신도시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낱낱이 노정시켰다.

정부는 애써 신도시 부실시공 사건을 불량레미콘 공급문제에 국한,사안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지만 건설행정 전반에 걸친 난맥상을 감출수는 없었다.

2백만호 주택건설계획이나 신도시 건설계획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시비를 떠나 이런 엄청난 계획을 추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수대책과 제도적 장치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주택만하더라도 매년 20만∼25만가구를 지어오던 물량이 두배가 훨씬넘는 60만가구로 지어오던 물량이 두배가 훨씬넘는 60만 가구로 늘어났는데도 건자제 공급능력은 10∼20% 증가에 그친채 방치돼왔다. 뿐만아니라 공한지에 대한 토지초과 이득세 부과조치로 상업용 건물 건축붐이 일고 항만·도로·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공공부문의 투자가 본격화,총건설수주 물량이 89년에 비해 3배나 폭증했으나 시멘트·철근·골재 등 주요 건축자재공급은 30∼40%밖에 늘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시멘트 등의 수입을 추진했지만 세계적인 품귀로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부족,결국 주택 2백만호 건설이 시작된 지난 88년이후 만성적인 건자재 동이 계속되고 있다.

건자재 파동은 건자재의 가격상승과 공기차질을 초래,부실시공의 원인이 되었다.

대안없는 건설정책은 인력난과 함께 임금상승을 부채질,경제전반에 주름살을 주었다. 건설물량이 한꺼번에 폭증하니 건설기능 인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노임도 턱없이 올라 임금이 낮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제조업종이 극심한 인력난을 겪어야 했다.

자재공급이 달리면 품질관리라도 철저히해서 부실시공을 막아야했는데 이번 불량레미콘 공급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건설현장의 품질관리는 허점투성이였다. 일부 대형건설업체를 제외하곤 자체 품질검사 설비로 갖추지 않았고 감독기관마저 허위로 기재된 서류를 확인해주는 요식행위로 감독을 대신해왔음이 드러났다.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곳곳에서 건설행정부재 현상이 속출했다는 점이다. 골재채취 허가를 얻는데 관련법이 22개나 있을만큼 인·허가규제는 철저히 하면서도 건축자재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통단계,건설현장의 자재검사나 품질관리 단계에는 건설행정의 손길이 전혀 닿지않고 있었다.

건설업계에선 정부가 실적위주의 전시행정의 타성에 젖어 「주택 2백만호 건설」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어떻게든 달성하겠다고 저돌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건자재파동·인력난·부실시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주택공급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아무 대책없이 건축허가를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가 추정하는 정상적인 주택건설 능력은 연간 약 40만∼45만호. 정부는 지난해 이 적정선을 훨씬 넘어선 60만가구를 공급키로 계획했는데 실제로 건축허가가 나간것은 공급능력의 두배 가까이 되는 78가구에 달했다.

이처럼 건축허가를 남발해놓고 정부는 주택 2백만호 건설계획(88∼92년)을 1년 앞당겨 달성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건설부 관계자는 여러 부작용이 예상됐는데도 주택 2만호 건설계획이나 신도시건설계획을 강행한 것은 가능한한 많은 물량을 분양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켜 투기열풍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결국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 태운 꼴이 되고 만것이다.

일각에선 건설부장관이 너무 자주 바뀐데서 건설행정부재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지난 88년이후 현재까지 장관이 4번이나 바뀌었다. 이러다보니 장관들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주택 2백만호 건설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수습보다는 일을 벌이는 행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견적인 건설행정이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며 급기야 신도 부실시공,더 나아가 전국 건설현장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문제의 중요성·심각성을 깨닫고 있지 못한듯 하다. 분양연기의 공기연장이니하는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대책만을 내놓고 있는것을 보면 정부가 이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얼마나 피상적인지 알수있다.

5개 신도시의 주택물량은 29만4천호로 2백만호의 14.7%에 지나지 않고 이중 40.8%인 10만9천7백74호는 이미 분양돼 정부의 분양연기 대상은 고작 15만8천6백26가구에 불과하다. 올들어 5월말 현재 사업승인이 난 주택 29만9천호중 신도시 물량은 1만8천호로 3.37%에 지나지 않고 올 완공물량도 전국 61만호중 신도시는 5천호로 0.8%밖에 안된다.

이처럼 미미하기 짝이 없는 신도시에 대한 대책만으로 건설전반의 숱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가 없다.

문제는 신도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건설수요가 폭증한데 있다. 자재·인력 등의 공급능력을 감안,전체 건설수요를 재조정하고 안전시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획기적이고도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사태수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방민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