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여야의원 90여명이 제155회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말부터 의원 외교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이 의원들은 상임위 시찰단과 의원친선 협회별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세계 각국으로 일제히 떠날 계획을 세우고 인선까지 이미 마친 모양이다 해마다 펼쳐지는 연례행사인줄 알지만 금년도의 의원 외교활동 계획에 새삼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아마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원뇌물 외유사건 때문일것이다.그 사건을 계기로 종래의 의원 외교활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심사위를 두어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구태의연한 「집단관광」 방식을 되풀이 한다는데 우선 실망을 금할수 없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나가서 견문도 넓히고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을 만나 한국 실정을 설명하고 친교를 맺는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장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기를 잘 선택하고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민족시킬수 있어야 한다. 의원외교란 바로 의원이란 신분으로 밖에 나가 국민의 세금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말의 대규모 출국 계획은 시기적으로 휴가철이어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 우선 의심스럽다.
방문국의 주요 인사나 기관이 휴가에 들어가는 기간이라면 가보았자 관광이나 쇼핑밖에 할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국가에서 일정잡기가 어렵다는 등 난색을 표시해왔다고 한다.
이는 결국 의원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여름 휴가나 겨울 휴가를 해외에서 보낸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의 빈축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뇌물외유 사건이라는 뜨거운 맛을 보고도 반성할줄 모르고 유람단을 보내는 국회를 본떠 시도의회에서도 선거가 끝나기 바쁘게 해외시찰단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의원들의 이러한 집단외유를 보고 국민들은 정부부처나 기관,관련협회 등으로 부터 여비보조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는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번 뇌물외유 관련의원들은 그것이 「관례」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별로,상임위별로,친선 협회별로 나눠먹기식의 이러한 집단외유는 확실히 명분이나 실익면에서 문제가 많다.
꼭 가야할 나라,꼭 만나야할 사람,꼭 방문해야할 기관을 엄선하고 최대 효과를 거둘수 있는 의원들만을 선발해서 보내는 엄선주의로 나가야한다. 한 여름에 한꺼번에 우르르 나가는 소나기식 출국은 아무리 좋은 명분을 불여 보았자 무더위에 짜증만 나는 국민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간 외교활동을 면밀하게 짜 엄격한 심사를 거쳐 파견하되 귀국후 반드시 활동결과를 국회 본회의 등에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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