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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전쟁 책임회피…승리만강조(일본의 역사교육 거꾸로 가고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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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전쟁 책임회피…승리만강조(일본의 역사교육 거꾸로 가고있다:하)

입력
199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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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지진·남경 대학살 참상 소개 소극적/여자 정신대 강제동원 사실 인정도 안해일본의 교육당국이 이번 국민학교 사회교과서 검정에서 또 한가지 역점을 두었던것은 노일·청일 두 전쟁의 승리로 일본의 국제적 지위가 크게 높아졌음을 주입시키는 것이었다.

모든 사회 교과서에 도고·헤이하치로(동향평팔랑)가 수록된것도 그 영향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전쟁이 어떤 전쟁이었는지는 어느 책도 설명하지 못하게 했다. 그것이 외국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한 정당한 것이었는지,혹은 침략 야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반평화적인 것이었는지를 호도하려는 속셈이다.

두 전쟁에서 일본이 이김으로써 국제적으로 지위가 향상됐음은 직접 표현케 하면서도 한국과 중국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는 언급하지 못하게 한것이다.

더욱 놀라운것은 신청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피해 상황에서 숫자를 삭제시켜 얼버무린 것이다. 한 출판사는 신청본에서 남경 대학살 사건에 대해 『일본군은 남경 점령후 불과 몇주일 사이에 중국군 병사 뿐만 아니라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20만명을 살해했다고 합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검정관은 희생자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국민학교 단계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수의 포로와 부녀자 어린이도 살해했습니다』로 수정했다.

또 관동대 지진때 많은 한국인들이 학살당한 사건은 『이 혼란중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나돌아 일본인에 의해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고 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라고 우발적인 사건임을 강조하면서 간접적인 표현으로 바꾸었다.

또 용어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삭제한 사례도 하나 둘이 아니다. 한 교과서는 신청본에서 노일·청일 두 전쟁과 한국 병탄으로 일본의 새로운 「침략적 제국주의 국가」가 됐다고 썼으나 검정관은 『침략적 제국주의 국가란 말은 국민학생에게는 너무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이 용어를 삭제해 버렸다.

국민학교 단계에서만 이토록 비뚤어진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지난 시대의 과오를 외면하고 있다.

온 국민의 성금으로 독립 기념관을 짓는 계기가 됐던 82년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파동이후에도 일본 교육 당국의 자세는 별로 달라진게 없다. 한일 양국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됐음은 물론 새계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던 그 사건이후 일본은 시정을 약속 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정된것은 문제가 됐던 24개 항목 가운데 15개 항목의 용어를 바꾼것 뿐이다.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가르치라는 요구엔 지금도 귀를 틀어막고 있다.

83년에 시정했다고 우리 정부에 통고해온 것은 일본의 한국 침략을 「진출」이라고 썼던 것을 「침략」으로,3·1운동을 「폭동」에서 「독립운동」으로 바꾼것 등 7개 항목이었다. 84년에는 제2차 한일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장악했다」로 표현했던것을 「빼앗았다」고 바꾼것 등 8개 항목을 시정했다고 통보해왔다. 그러나 관동 대지진때 일본 민중과 관헌들이 한국인들을 사냥하듯 도륙한 사사실을 우발적인 사건인양 가르치는 것이나 여자 정신대 문제에서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등 사관의 근간이 왜곡된 역사 교육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지난 3월27일 명치대에서 열렸던 한일 역사교육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가 일본 학자들에 의해 다시 제기됐었다. 이 심포지엄을 주관했던 다카사키(고기종사·진전숙대)교수가 최근에 펴낸 한일 역사 교과서 비교 연구서에 의하면 정한론으로부터 현재의 한일관계에 이르기까지 25개 항목에서 양국의 고교 역사 교과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으로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일 역사교육 심포지엄에서 양국간의 마찰 경위를 보고했던 후지사와(등택법영·김택대) 교수는 일본의 전쟁 책임회피 성향을 이렇게 개탄하고 있다.

『독일이 가해자 체험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며 노력하는데 비해 일본은 전쟁의 피해상만 생각하고 있다. 침략 전쟁의 사실인식이 결여된 이상 전쟁 책임의 자각은 생겨나지 않는다』

후지사와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나치의 범죄를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위해 역사 교육을 근·현대사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대학 입학자격 시험의 역사문제 출제범위는 현대사에 한정돼 있다고 한다.

일본 고교생의 60%가 쓰고 있는 대표적인 교과서(신상설 일본사)가 한일 관계사를 불과 23행 밖에 언급하지 않은 현실과는 비교조차 될수 없는 역사인식의 천양지차라 할것이다.

『과거의 일에 눈을 감는자는 현재의 일에도 맹목이다』

올바른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이체커 독일 대통령의 이 말은 오늘의 독일이 있게한 힘이었다. 국민 모두가 지난달의 과오를 반성하는 겸허한 마음가짐이 통일 독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우호와 친선이 한일 새시대」는 역사교육의 정상화 없이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것이다.<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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