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동서냉전 체제가 붕괴했다면 동북 아시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당연히 벌어져야 할것이다.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그것이 상식이 된다.한반도를 중심으로하는 동북아의 냉전 체제 청산이 불가피한 역사적인 흐름이라면,지금의 상황은 「가능성」을 타진하는 하나의 과도기라고 볼수도 있다. 워싱턴에서 2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따라서 실무회담이라기 보다는 전후 반세기 가까운 동맹관계를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 걸맞게 재정리 하는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수 있다.
회담이 끝난뒤 한미 두 나라가 발표한 내용은 대체로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돼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주한 미군의 적정수준 유지를 강조한것과 관련해서,미국은 한반도 방위 전략문제는 한국측과 긴밀한 협의를 갖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대북한 정책도 무조건 핵사찰 수용,그리고 미·북한 관계 협상은 남북한 대화 진전과 연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이번 노태우·부시회담은 동북아에 있어서의 「새질서」는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동맹 채제가 주도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한미 두나라는 『통일뒤에도 외교·경제·안보면에서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성숙되고 영속적인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면,한반도 통일 자체가 독일식 「흡수통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유있는 입장」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대목은 실무적 현안이 없는 워싱턴 정상회담이 남긴 가장 주목할만한 움직임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이러한 기본적인 흐름과 관련해서 주한미군의 유지비 분담문제가 주목된다.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능력에 따라 방위비 부담을 늘린다』는 데에 동의했고,지난달 미국은 95년도까지 주한 미군 유지비중 원화 지출경비의 40∼50%를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2일 밝혀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측 분담액은 4억2천만달러선이 된다.
미국측의 끈질긴 통상외교 압력으로 한미 무역은 이제 우리측의 적자로 돌아섰고,미국 자신 세계적인 수준에서 군사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때인만큼 주한 미군의 유지비 분담 증액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두 나라가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미국의 외교 서클안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론이 상당히 깊이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빠뜨릴 수는 없다. 그런 뜻에서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관한 여론의 향방은 여진히 우리의 관심거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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