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입」 2백50만 실망·반발/자금난 건설사들 더 심한 타격신도시 부실시공 사건으로 경제·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가운데 정부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분양연기설이 또 한차례 새로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부실시공파문이 확산되자 아예 분양을 연기,문제를 수습해 보려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시기와 공기만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분양까지도 연기된다면 신도시 주택공급을 기다리고 있는 2백50만 청약예금 및 저축가입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게돼 부실공사 못지않은 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건설회사들도 대부분의 회사가 도산을 면치못할 것이라며 「분양 연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분양연기를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분양연기는 또 이제 겨우 약보합세로 잡아놓은 아파트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주택정책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정부가 이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육책으로 분양연기를 들고 나온 것은 부실시공의 문제가 행정관청의 관리·감독소홀,건설업체의 안전의식 부족 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재난이 극심,자재급 대책이 단기간내에 수립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시멘트의 경우 상반기중 1백80만톤 규모의 수급차질이 생긴 것을 감안,신규분양을 다소 억제함으로써 우선 자재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불량레미콘 사건으로 위축돼 있는 레미콘업계의 공급물량은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공급물량이 더욱 줄어들고 있으며 바다모래 문제도 지금 당장은 해결할 방도가 별로 없어 이같은 건자재에 대한 종합적인 수급대처방안에 자신이 없는 정부로서는 분양연기까지도 검토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에서 공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을 연기시키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분양은 예정대로 하면서도 공사를 분산시키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택상환사채의 비율을 현행 민영주택 공급물량의 50% 이내에서 70∼80%로 대폭 늘린다든지 분양은 하되 본격적인 공사착수는 1년뒤에 하는 선분양제도를 활용하면 공사가 집중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예정된 아파트분양을 무리없이 할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건설부는 이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하다가 다른 부처와의 의견조정과정에서 밀린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진설 건설부장관은 이와 관련,『주택청약저축 가입자 1백5만명과 청약예금 가입자 1백45만명 등 신도시 주택공급만을 바라보고 있는 2백50만명의 수요자를 외면할수 없다』고 전제,『분양이라는 것은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하나의 티켓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한 분양을 연기할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분양연기를 공식발표한다면 그 후유증은 부실시공 사건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계획만 믿고 내집마련의 꿈을 키워왔던 대다수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혼란과 대정부 불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회만 노리고 있던 부동산투기업자들을 부추겨 기존주택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업체의 불만도 만만치 않아 『분양연기는 독약』이라고까지 말하는 업체도 있다.
극심한 자금난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연기까지 겹친다면 무더기 도산사태를 피할수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분양연기가 확정된다면 건설회사가 금융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중에는 토개공에 지불해야할 잔금유예 및 연체이자율 축소 등이 포함돼 있지만 건설회사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부의 분양연기시사는 당초 부실시공 사건이 발생했을때 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정부가 스스로 신도시정책이 근본적인 오류를 인정하는 셈이 됐으며 이에따른 정부정책의 신뢰성 및 일관성 문제가 새로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공급이 대다수 국민의 염원이라는 사실을 감안,될수있는한 분양의 기회는 줄이지말고 대신 전체 공기를 여유있게 늘려나가면서 공사가 집중되지 않도록 본격적인 공사착수를 늦추는 기술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