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설업체,「안전」엔 관심도 없다(긴급진단 신도시 부작용:5)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설업체,「안전」엔 관심도 없다(긴급진단 신도시 부작용:5)

입력
1991.06.30 00:00
0 0

◎현장실험실 없는곳이 더 많아/불량 육안식별 가능 “고의외면”/“자재줄일것 뻔하다” 설계때 안전율 상향책정 관행신도시 아파트 부실공사 파쿤은 원칙적으로 직접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들이 최종책임을 져야한다.

아무리 건자재난이 극심하고 공기에 쫓기더라도 부실공사만은 막겠다는 정신자세가 있었다면 간단한 품질검사 조차도 외면하고 시공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공사현장서 장인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이 발행한후 신도시 아파트 조사에 나선 건설부·공진청·각 시도·주공 관계자들로 구성된 신도시 종합 점검반은 이구동성으로 현장의 품질검사 체제가 엉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반수이상이 아예 시험실을 갖추지 않았으며 시험실이 있는 일부 대형 건설회사에서도 지극히 형식적으로 검사를 해치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불량레미콘 사건때도 공급받은 레미콘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급업체로부터 사후 통보를 받기전에 자체검사로 이사실을 발견한 건설업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공급된 불량레미콘은 현장에서 눈으로도 어느정도 식별할수 있을 정도로 함량이 미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눈여겨본 직원이 한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은 부실공사의 진행를 고의로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건설기술관리법상 슬럼프 테스트(반죽질기 검사)나 압축강도 시험은 레미콘 1백50㎥(레미콘차 22대분)당 1번씩 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이번의 불량레미콘 공급분이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정식검사 대상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수십년씩 공사를 맡고 있는 소위 전문가들이 육안으로도 식별될 만큼의 불량 자재를 발견치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담당자들이 「조금 이상하다」며 슬럼프 테스트를 해 보자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간부들에 의해 묵살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신도시 종합 점검반의 평촌 확인반이 조사한 결과 평촌 지역 34개 시공업체중 시험실을 갖춘 회사보다는 없는 회사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시험실이 있는 회사의 경우에도 제대로 시험을 하고 정확히 기록으로 남겨놓은 회사는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압축강도 시험은 7일후,28일후에 각각 콘크리트의 강도를 측정해보기 때문에 이미 타설된 후라서 사후조치가 될수밖에 없지만 슬럼프테스트는 즉석에서 시험을 해볼수 있고 하자가 발생하면 반품을 시킬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밟아 반품된 사례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모두 규격품이어서 그랬다면 다행이지만 그 많은 물량 가운데 건설회사 자체 품질검사로 불량품을 발견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은 석연치가 않다.

시험시설을 갖추는 것이 크게 비싼 장비가 필요한것도 아니고 인원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건설회사가 현장이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은 안전한 공사를 하겠다는 기본 의지가 없다고 간주할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자재난,인력난으로 변명하면서 신도시 정책 자체의 구조적인 모순만을 들춰내려하고 있다. 그러나 응당 해야할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도 적극 찬성해 추진해왔던 신도시 정책 자체에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자세는 옳지 못하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돈버는 데만 눈독을 들이고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게 정설이다. 이윤식 건설기술연구원 원장은 『이번 불량레미콘 사건은 사건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행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건설현장에서 자재를 떼먹고 노무자의 일당을 과다계상하는 비리도 이젠 없어져야할 때가 왔고 수주→하청→재하청 등으로 이어져 결국 부실공사를 부추기고 마는 모순도 사라져야 한다.

특히 시공과정에서 충분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아왔던 관행을 감안,설계 당시부터 안전율을 30%이상이나 높게 잡는 설계행태도 바로 잡아야 한다. 설계상 안전율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것은 과거에 난무했던 부실시공을 막기위해 아예 설계할때부터 실제 안전치 개념보다 훨씬 강화된 품질·시공상의 세부규정을 두게된 것인데 현장에서 이를 악용,안전율이 높다는 것만 믿고 시공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오히려 부실시공을 조장하고 있다.

부실시공의 결과는 어느때고 나타나게 마련이다. 국내에서의 경쟁은 물론 건설업이 개방되면 외국 건설회사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건설 회사들은 눈앞의 이익만 집착,안전공사를 소홀히 했다가는 신용이 떨어져 경쟁력을 키워나가기가 힘들 것이다.<방준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