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승리감이 요 며칠사이 불안감으로 돌변했다.신도시 아파트 당첨자들의 요즘 심정이 그렇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운좋게 신도시 아파트를 거머쥐었던 당첨자들은 당첨 축하를 해줬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제는 위로의 말을 들으면서 착잡하다.
신도시 아파트의 부실시공 피해자가 어디 당첨자뿐이겠는가. 시공건설사들도 또 다른 피해자임에 틀림없다.
신도시 건설현장의 관계자들은 몇가지 의문점을 씻을수가 없다. 불량 레미콘이나 바다 모래 등의 불법사용이 이제서야 드러났다는 사실이 그것이고 사운과 회사의 명예를 걸고 시공중이던 신도시 아파트가 부실화될 정도라면 다른 지역의 아파트는 오죽 하겠느냐는 것이다.
더욱 해괴한 것은 무리한 시공에 따른 부실공사로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헐어내는 상황에서도 15개 건설업체가 모델하우스를 열고 아파트를 새로 분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해외건설 공사를 통해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성장한 유명회사들이 아파트 하나 제대로 시공하지 못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계획을 발표하고 명령만 내리면 무조건 해낼 수 있다는 군작전 펴듯하는 발상이 신도사 아파트 부실시공의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분당 신도시 H아파트 건설현장의 김모 소장은 『지금은 불량 레미콘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곧 이어 철근·벽돌·타일 등 내장재까지 부실화의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재 내장공사에 착수한 신도시 아파트는 9월 입주분 2천4백가구에 불과하지만 건설업체들간에 내장재 사재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벌써부터 내장재 품귀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귀뜸이다.
공사는 골조공사를 끝내고 건축→벽돌쌓기→미장→내장→목공→방수→창호 설치→타일→도장→도배→유리 붙이기→순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신도시의 경우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레미콘이 들어오면 허겁지겁 콘크리트를 치다가 레미콘이 끊어지면 아래층의 미장도 했다가 내장목공까지 한다. 15∼20층짜리 현대 공법의 대규모 건축공사가 과학적이고 치밀한 공정계획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레미콘과 현장 인부의 수급에 따라 실성한 여자 널뛰듯한다. 한 현장 책임자는 『애써 지은 아파트를 헐어대는 저 파워크레인과 워터커터기의 굉음은 바로 무모한 신도시 정책을 질타하는 「현장」의 소리』라고 맺혔던 감정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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