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총선결과가 최대 분수령/강행불능으로 김총재에 「열쇠」광역의회 선거이후 정가의 최대관심사중 하나가 내각제 개헌문제의 재부상여부 및 그 시기와 방법이다.
여야는 모두 당초부터 선거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었다. 그리고 선거가 여당압승 야당참패로 드러나자 예상대로 이 문제가 조심스럽게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3당합당의 대전제였던 의원내각제 개헌은 민자당내 계파간 갈등과 야당의 공세속에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였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이 『국민다수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할수도 없고 추진해서도 안된다』고 밝힌뒤 이 문제는 일단 원점으로 회귀한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노대통령의 언급은 원칙표명일 뿐 정치환경과 정국구도의 변화에 따라서는 재추진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됐던게 사실이다. 그것은 노대통령의 포기발언은 「상황」을 이유로 들어 나온것일뿐 내각제에 대한 소신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참패,특히 김대중 신민당 총재의 위상약화로 결말지어진 이번 선거결과는 내각제 개헌문제와 관련한 정치환경 변화의 단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래부터 내각제 개헌의 정반대축은 양김구도였다고 할수 있다. 김영삼 민자대표와 김신민총재 두사람은 차기대권경쟁에서 여야의 대표주자로 나서자는 구도아래 내각제 개헌반대의 공동전선을 펴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민자대표측은 여권일각에서 『김신민총재가 마지막 순간에는 내각제를 받을 것』이라고 끊임없이 희망을 가져온데 대해서도 『이는 DJ측이 여권을 분열시키기 위해 그럴여지가 있는것처럼 일부러 보이는 것일뿐』이라며 DJ의 내각제수용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양김구도 고착에 이상이 있을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거결과는 김신민총재의 대권도전에 승산이 희박하다는 것을 객관적 지표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 일부에서는 선거후 『대권후보로 여권에서 누가 나와도 김신민총재를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보이고 있다.
물론 이는 김대표를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양김구도가 이번 선거결과로 흔들릴 소지가 커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야당도 표면적으로는 변함없이 『내각제는 끝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권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부활개연성을 점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권승부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이 설 경우 신민당으로서는 내각제 수용으로 돌파구를 열 수밖에 없지않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선거운동기간중 신민당이 「내각제개헌 기도저지」를 쟁점화하려고 시도한 것은 논의의 불씨를 살려놓기 위해서였다는 역설적 해석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현재 이 문제와 관련,『야당에서 변화가 일기전에는 일방적 추진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야당이 이번 광역선거에 이어 14대 총선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게되면 어차피 태도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노대통령이 지난 3월 친인척모임때 내년 3·4월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민자당 일부에서 일고있던 성급한 세대교체론에 대해 제동을 건것이 바로 총선이후 내각제개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언급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자당내 민정·공화계도 광역선거결과로 내각제개헌 가능성에 더욱 집착과 희망을 가질수 있게 된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김대표와 민주계가 내각제거부 논리로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는 한 무리』라는 점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총선이후의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오히려 야당에 의해 개헌논의의 물꼬가 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내각제 개헌여부의 키는 여전히 김신민총재가 쥐고있다고 보아야 한다. 14대 총선결과가 대권도전의 어려움을 다시한번 나타낼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느냐 여부가 가장 큰 변수인 것이다.
그러나 김총재는 지난 25일 내각제개헌 반대를 거듭 강조했듯이 선회하기 힘든 상황으로까지 가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우세하다.
또 김총재의 내각제수용은 절대적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유지의 측면이 강하지만 바로 그 지지층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여권일각에서는 김총재가 대권도전 무망이 확연히 내다보이는 상황에 가서야 비로소 내각제 개헌구도에 합류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내각제의지가 여전히 식지않음을 감안할 때 상황변화로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헌카드는 되살아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내각제 개헌문제는 14대 총선이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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