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올림픽이라는 것이 있어 우리나라의 정치가 여기에 출전한다면 과연 몇등이나 할것인가. 뒤에서부터 세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정치 선진화에 역행하는 지역분화에서는 아마 금메달이 될지 모르겠다. 6·20 광역의회 선거에서 민자당이 압승하고 신민,민주당 등 야당들이 대패한데 대해 국민 다수의 안정희구라고 원인 분석을 한다. 그러나 당별 당선분포도 내지 득표 분포도는 88년 총선거와 유사하다.지역 분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영삼 대표,김대중 총재 등 양김씨가 마치 92년 대권경쟁의 예비선거처럼 뛰어다녀서 그런지 시·도의원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가 선명히 드러났다. 이 지역주의 고수가 이번 광역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연,학연,혈연 등 연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지역감정이 정치에서 작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지역주의,인종주의는 미·일·서구 등 선진국 뿐만아니라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도 큰 정치적 요인이 된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같은 나라에서도 대통령 선서에는 캘리포니아,텍사스,뉴욕주 같은 큰 주출신 유리하고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지역균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지역주의가 우리나라에서처럼 철저한 나라는 드물다.
민자당은 구민정,민주,공화계가 대표하는 TK(대구·경북) 부산·경남·충남북 등에서 압승이었다. 신민당은 역시 호남에서 깡그리 휩쓸었다. 민자당의 승리는 지역연합의 승리라 하겠다. 우리의 지역주의는 지역 주민들이 1노3김의 그들 지역 출신 정치 지도자들과 자신들을 지나치게 일체화 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소위 TK로 표시되는 대구·경북지역 출신들의 30년 장기집권에 따른 한국 현대사의 부산물이다. 일본도 전후 지금까지 민자당의 장기집권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권력과 경제력의 특정지역 집중화가 심화되지 않았다.
장기집권도 문제지만 힘과 부의 독과점이 더 문제다. 1노3김에 의해 대표되는 지역은 그들이 의도하는 집단적 이해관계가 뚜렸하다. 분명한 대표주자가 없는 TK는 집권세력으로서 기득권의 수호다. 부산·영남은 그들의 대표선수 김영삼 대표가 대권을 장악하기를 기대한다. 충남·북은 김종필 최고위원의 집권 새력내의 입지가 강화되기를 원한다. 집권 연립에서 배제된 김대중 총재의 호남은 피해의식이 가장 크게 돼있다. 사실이든 공상이든 포위공략을 받고 있는 듯한 피해심리는 김총재에 대해 신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지지의 강도는 어느지역보다 강하다.
그러나 불행한것은 이럴수록 비호남지역에서의 지지획득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집권후 탁월한 통치력을 발휘하지 못해 지역을 초월한 거국적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김대중 총재도 그의 정치기반 영역을 호남권(서울 지역 호남 출신포함) 밖으로 넓히는데 완연히 실패했다. 신민당 당무회의가 24일 선거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51대 0(기권 5표)의 압도적 다수로 김총재를 재신임한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신민당 의원으로 김총재의 용퇴를 대놓고 주장을 뱃심은 거의 없다. 여론이 김총재에 대해 범야의 통합을 전제로 제2선 후퇴를 요구한것은 김총재의 현실 정치 앞에 무산됐다. 김총재는 불분명한 대권을 향한 2보 후퇴보다 확실한 「호남 대통령」의 자리를 선택한 것 같다.
내년 단체장 선거를 마치면 지방자치제는 완전히 갖추어진다. 잘못하면 「호남공화국」 「영남공화국」하는 소리가 나올지 모르겟다. 지자제가 민주화대신 지방분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것이 확실한 것 같다. 이것은 한국정치의 숙명적인 현상인것 같다. 정치는 그 나라 유권자의 수준이라고 했다. 오늘날의 파행직 정치현실은 「네탓」이 아니라 바로 「내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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