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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음식 논쟁/고태성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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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음식 논쟁/고태성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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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하오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는 「운동권의 진보적 논리」와 「신앙인들의 종교적 양심과 사명감」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맞붙어 논쟁이 벌어졌다.서울대 기독교선교서클인 한사랑선교회가 6·25 기념행사의 하나로 꽁보리주먹밥 개떡 수제비 등 그 당시의 음식을 장만해 팔자 일부 학생들이 이 단체의 홍보유인물·대자보에 항의하고 총학생회 간부들까지 나서 행사중지를 요구했던 것이다.

항의하는 학생들은 『미국이 주도한 유엔참전을 미화하고 당시의 도움을 은혜로 설명하면서 현 시국에서의 정당한 요구·주장을 불평불만,배은망덕이라고 매도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지며 『이데올로기적 의도가 담긴 행사는 다른 데서라면 몰라도 교내에서는 안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사랑선교회측은 『은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는 것』이라며 과소비,향락풍토를 반성하자는 것이라며 행사의 순수성을 역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대자보를 떼고 유인물을 나눠주지 않는 선에서 3시간여의 논쟁을 끝냈지만 행사는 이미 파장이었다.

다음날인 22일 한사람선교회는 다시 음식을 장만해 내왔고 「역사상 유례없는 유엔 16개국의 도움」 「배은망덕」 등의 내용이 빠진 대자보를 내붙여 탈없이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전날의 논쟁에는 아랑곳없이 호기심에 찬 학생들은 개떡 꽁보리밥 등을 한 그릇에 5백원씩 맛있게 사먹었다.

당시를 흉내낸 음식을 사먹는다고 해서 「배은망덕」한 학생들이 성서의 「돌아온 탕아」처럼 금세 달라질리는 없을 것이다. 또 학생들의 항의는 레드콤플렉스에 비견될만한 신경과민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논쟁은 역설적으로 「6·25 음식먹어보기」를 풍요롭게 만든 측면이 있었고 학생운동의 정당성,학생회의 역할 등으로 한차원 높게 번져가는 조짐을 보였다.

학생회 간부들이 주장하듯 「6·25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오늘의 대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일것이다. 이번과 같은 시비성 입씨름 보다는 학술적 차원의 학내토론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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