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고 더이상 실기 곤란” 판단/경찰 「성당측 밀어내기」 대기 주효/정의구현연등 성당비난… 내부갈등 조짐지난달 18일 강경대군의 장례식 이후 36일째 계속돼온 명동성당 농성의 핵심인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와 국민회의를 이끌어온 한상렬 상임공동대표(41) 이수호 집행위원장(42)이 22일 성당철수 날짜와 방식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성당에의 공권력 투입이란 최악의 상황은 막을수 있게 됐다.
강씨와 국민회의의 이같은 결정배경에는 『성당에 더 머물러봐야 여론만 악화되고 버틸 명분도 없다』는 자체 상황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그동안 국민회의측과 검·경 사이에서 「중재」 입장을 취해오던 성당측이 당초 철수시한이었던 15·20일 을 넘겨 농성이 장기화되자 21일부터 철수를 재촉하고 나선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수 있다.
성당측은 20일 밤 강씨와 한씨를 불러 최후통첩에 가까운 어조로 자진출두와 성당철수를 요구했고 경갑실 명동성당 수석 보좌신부가 그동안의 성당구내 경찰 상주를 추인하는 발언을 하는 등 농성자들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 21일 밤 명동성당 사목회가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민회의는 22일 낮12시까지 성당에서 철수해야하며 그 이후의 사태에 대해선 성당이 책임질수 없다』는 공식 서한을 채택,국민회의에 전달해 국민회의측은 성당으로부터도 고립되고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명동성당 사목회 상임위원회는 신부들과 신도대표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교회 구성원 전체의 철수압력을 실감케 한것이다.
이에앞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도직협의회도 상임위원회에서 농성자들의 성당철수를 결의하는 등 명동성당 주변에는 보수파 신도들의 실력행사설까지 유포됐었다.
경신부도 신도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21일 하오 의정부에 피정중인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가 보고한뒤 더 이상 성당도 소극적 균형만 고집할수 없다는 「진언」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당 안팎의 압력에 강씨는 『공정한 수사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나 우선 출두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투항이나 자수가 아닌 신변정리의 모양 갖추기에 골몰해온 국민회의도 더이상 실기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에 이르렀다.
경찰로서는 공권력 투입을 자제한채 성당을 통한 압력행사로 국민회의를 끌어 낸다는 장기작전이 주효한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진작부터 상당측에 신도들을 동원해 줄것을 요청했었으나 거절 당했다』면서도 공권력 투입을 배제한 평화적 밀어내기라는 수순에 경찰과 성당이 암묵적으로 이해를 같이 해왔음을 시사했다.
강씨의 24일 검찰출두가 확실하고 한씨와 이씨는 29일의 「검거투쟁」을 준비중이나 단식 10일째인 한씨 등의 경우 건강이 악화되고 있어 좀더 빨리 병원이송치료후 수감의 길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는 문제는 두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4∼5명의 수배자들로 국민회의측은 이들을 포함한 농성자 20여명의 신변안전을 위해 한씨 등이 검거된뒤 경찰이 성당봉쇄를 늦춰줄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연합,천주교 사회운동 단체협의회 등 가톨릭내 진보단체들이 성당측의 국민회의 밀어내기에 격앙된 비난 성명을 발표해 「하나된 목소리」로서의 도덕적·종교적 권위를 지향해온 가톨릭 내부에 보혁갈등이 표면화될 소지도 남아있다.<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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