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끈 유지땐 주도권 상실 인식/온건세력중심 정계개편 예상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21일 연방최고회의에서 일부 보수파 대의원이 제기한 총리에 대한 비상대권 부여주장을 봉쇄하고 「개혁의 중단없는 전진」을 천명한 것은 소련정치의 대세가 급진개혁쪽으로 이미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지난 12일 러시아공 대통령 선거에서 보리스·옐친이 당선된 이후 보수파는 급진개혁세력의 득세에 몰리면서 자파세력이 우세한 최고회의에서 소위 「총대」 역할을 하고있는 파블로프 총리를 내세워 반격을 시도했다.
크류츠코프 KGB 의장 야조프 국방장관 푸고 내무장관 등은 지난 18일 비밀리에 회동,경제통제권을 총리에게 주는 비상대권을 제안키로 합의하고 「검은 대령」으로 알려진 알크스니스 소유즈그룹 대표 등을 통해 최고회의에서 이 안건을 상정시켰다.
하지만 최고회의내에서 조차 소유즈그룹의 주장이 현실적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공산당출신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노선차가 드러나는 등 결속력이 크게 약화되는 바람에 결국 파블로프 총리가 스스로 자신의 제안을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고르바초프는 오는 7월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최고회의내에서 이같은 반란을 결코 묵과할수 없었으며 따라서 『개혁의 중단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강력하게 보수파를 비난했다.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선언으로 이루어 볼때 그동안 급진개혁과 보수세력의 중간자적 역할을 해왔던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온건개혁세력을 중심으로 대폭적인 정계개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의 민주신당창당 주장으로 공산당내에서 수면하에 움직이던 온건개혁세력들이 공개적으로 정치질서 개편을 요구하는 것 등으로 미루어볼때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즉 러시아공 선거결과로 볼때 이미 공산당은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음이 분명해졌으며 더이상 이들과 끈을 유지할 경우 옐친으로 대표되는 급진개혁세력에 의해 중앙정계의 주도권마저 빼앗길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를 중심으로한 온건개혁세력은 새로운 당(이를테면 사회민주당)을 결성해 신연방조약이후 실시될 연방최고회의 대의원 및 연방대통령선거 등에 대비한다는 전략을 갖고있는 듯하다.
온건개혁세력들의 이같은 정치구도는 애당초 옐친이 제의한 러시아공 직선대통령제때부터 마련된 것으로 볼수있다.
러시아공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세력으로 대표되는 리즈코프 전 총리가 옐친에게도 전하자 고르바초프는 재빨리 측근인 바카틴 전 내무장관을 내세워 리즈코프의 표를 깎아먹는 전법을 구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보수세력의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식한듯 이번 G7 회담에서 소련의 경제개혁안을 파블로프 총리와 야블린스키 런 러시아공 부총리가 마련한 양대개혁안을 절충하는 선에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번 최고회의에서 증명됐듯이 소련의 각 정치세력들은 옐친선풍 이후의 대개편이 임박했음을 느끼고 있으며 그 주도권을 바로 고르바초프가 쥐고 있음이 확인됐다.
고르바초프와 옐친간의 밀월관계속에서 소련의 정치풍향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한층 주목되는 시점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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