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조달액 작년의 2.6배/투자수요증가 비해 이익감소로 자체여력 없어/33%는 다시 은행등으로… 「꺾기」등 강요분석도한국은행은 21일 지난 1·4분기중 국내기업들의 외부자금 조달액은 14조4천4백96억원으로 전년동기의 5조5천7백74억원보다 2.6배나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증시가 침체된데다 은행대출까지 억제된 가운데 이처럼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규모가 증가한 것은 설비확대 등 기업의 투자활동이 왕성했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기업의 자체능력을 넘어선 지나친 자금수요 팽창은 최근의 시중 고금리 및 자금난을 촉발한 원인 중의 하나인 것으로 지적됐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4분기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자금비수기인 1·4분기중 기업의 외부자금조달액이 10조대를 넘어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시기적으로 기업의 연중자금수요가 본격화하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87년엔 3조원 수준이었고 89년에도 6조8천억원에 그쳤다.
올들어 이처럼 자금조달액이 급증한 것은 설비투자증가율이 전년동기의 10.7%에서 17.3%로 크게 늘어난데다 89,90년 이태동안 이어진 기업이익 규모의 감소로 자체자금이 부족했던 탓.
기업들은 이 기간중에 외부에서 조달한 총자금중에 67%를 실물에 투입하고 나머지 33%인 4조7천8백90억원을 은행예금과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으로 운용했다.
당장 돈이 부족해 외부자금을 구하느라 급급한 마당에 이처럼 금융자산을 운용한 것을 보면 상당부분 강제적인 꺾기예금을 강요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적지않은 어려움과 불이익을 감수했으리라는 것은 통계수치상으로도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또다른 시각에서 보면 기업들은 자금난 아우성속에서도 필요자금을 어쨌거나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세부적인 금리수준이나 조달과정이 자금순환 동향에서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주식이나 회사채 등의 직접금융시장이 형편없이 가라앉아 있는 탓에 은행 보험 단자 등의 간접금융시장 비중이 크게 늘어난게 특색이다.
은행대출 창구를 꽉 틀어막아 놓는다 해도 일반대출만 중단될 뿐 각종 정책금융을 통해 기업부문에 적지않은 돈이 흘러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기간중 개인부문의 자금잉여 규모는 4조9천억원,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한때 열병과도 같았던 과소비 지출증가세는 다소주춤,개인의 호주머니 여유돈이 전년동기의 3조5천억원에서 1조4천억원 증가했다.
이와같은 개인부문의 자금잉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 돈으로 기업자금부족분을 메워주는 비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51.0%에 불과했다.
기업의 자금수요가 개인 잉여자금이 감당해 낼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컸던 것이다.
기업의 시설투자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렇다고 자체조달 능력을 벗어난 상태에서의 지나친 외부자금 의존이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최근 현대 삼성 등 국내유수의 재벌그룹들이 함께 뛰어든 석유화학 부문의 무더기 과잉 중복투자는 우리경제의 정상적인 자금흐름 차원에서 볼 때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
지난 1·4분기 자금순환동향은 기업편에서의 과열 수요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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