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지니는 가장 큰 의미는 「민의」의 향방이 표의 결과로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항상 큰흐름이 있게 마련이다. 근자에 들어 예를 들어본다면 85년의 2·12 총선은 「신당돌풍」으로,88년의 4·26총선의 경우는 「여소야대」가 될것이다.이번 광역의회 선거의 경우는 어떠할까. 아마도 「야당의 참패」가 되지않을까 싶다. 현상대로라면 「여당의 압승」이 되겠지만 뒤집어보면 아무래도 「야당의 참패」쪽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서울·부산·인천·대전 등 대도시에서의 신민·민주당의 일패도지가 이를 여실히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가 그러하다. 여당이 서울에서 83% 의석 확보라는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우리선거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바로 여기가 이번 선거결과의 초점이다. 야당 지지세력이 이탈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당에 실망한 반사적 지지세력이 야당으로 갔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반사적 지지는 항상 절대적 지지보다는 이탈대상에 대한 상대적 실망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무엇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야당에 등을 돌리게 했는지를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정치의 변수는 항상 자신들의 절대적 선전보다는 상대방의 실수와 졸전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 인사들은 우리 정치를 「패착의 정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관련해 김대중 신민당 총재는 『5월정국의 혼란에 따른 국민심리의 변화추이에 대한 판단이 늦었음을 시인한다』고 말해 야당이 국민들의 안정희구 심리를 안심시키는데 실패했음을 자인했다. 그런가하면 대부분의 서울 출신 야당의원들은 야당이 통합되지 않고 분열됐기 때문에 정권대체 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지못한 것을 가장 패인으로 들고 있다.
선거에서 「민의」의 향방이 중요한 것은 결과 그자체가 아니다. 앞으로의 정치에,선거에서 드러난 「민의」가 굴절없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우리정치는 14대 총선,자치단체장 선거,92년의 대통령선거 등 계속될 국민심판의 장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는지 여부를 또다시 가려낼 기회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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