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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제도적장치 제거 일단락/남아공,17일 주민등록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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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제도적장치 제거 일단락/남아공,17일 주민등록법 폐지

입력
199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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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 “참정권 없다” 불만 여전/백인들은 기득권 상실 우려… 새 갈등 소지남아공 의회가 17일 인종차별정책의 마지막 보루로 군림해온 주민등록법을 압도적 표차로 폐지함에 따라 지난 40여년간에 걸친 남아공의 흑백인종 갈등종식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물론 주민등록법의 폐지를 비롯한 제도적인 개혁만으로는 그동안 극한적 대립양상을 보여온 남아공의 인종갈등문제가 단기간내에 전면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50년 시행 당시부터 출생인종을 4개로 분류,각 인종의 거주지역이나 취학학교 및 화장실과 사후 매장까지도 강제규정한 주민등록법이 폐지된 것은 일단 남아공의 인종갈등 해소와 흑인인권 향상에 중대한 전기를 가져올 전망이다.

89년 집권한이후 개혁에 의한 흑백화합정책을 표방해온 F·W·데·클레르크 대통령은 주민등록법의 폐지가 가결된뒤 『이제 남은 최선의 방법은 화해를 위한 다음 행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해 금년말까지 흑백합의에 의한 헌법제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더욱이 데·클레르크 대통령은 흑인세력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과도정부 및 제헌의회 구성안에 대해 「복수정당이 참여하는 합동회의」 개최안을 제시함으로써 완전한 흑백평등을 향한 백인정부의 추가적인 양보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권 백인정부의 가시적인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흑백 인종차별 해소와 관련한 전도에는 아직도 적지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남아공의 각 흑백정파들은 데·클레르크 정부의 개혁정책에 다같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백인 극우정당들 (BP·CP)은 『정부의 개혁정책이 국가분할의 위기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자신들의 가족과 재산이 위협받을 경우에는 무력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만델라의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범아프리카회의(PAC) 등 남아공의 흑인정치 세력들은 『흑인 참정권을 보장한 새로운 헌법이 마련되지 않는한 진정한 인종차별 종식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백인정부의 발표는 말장난과 비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남아공의 흑백 대립양상은 현정부의 잇단개혁정책에도 불구하고 흑백간의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클레르크 정부가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는 주민등록법 폐지 등 제도적인 개혁만으로는 인종간 유혈폭동이 그치지않는 남아공의 조속한 안정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인구의 68%를 차지하는 3천만명의 다수흑인과 5백만명의 소수백인 및 기타 인종 등으로 구성된 남아공의 정국을 집권 국민당 혼자서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또 인종차별정책 폐지를 둘러싼 흑백간의 힘겨루기는 백인정부의 가시적인 제도개선노력이 일단락된 이제부터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ANC 등 대다수의 흑인정치단체들은 1천여명에 이르는 정치범 석방과 흑흑분규 중재문제 등을 정치쟁점으로 내놓아 벌써부터 정국주도권 장악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반면 집권국민당 정부를 비롯한 남아공 백인정치세력들은 흑인들이 더이상 경직된 입장을 고수해선 안된다며 오히려 대내외적인 세력만회를 꾀하고 있다.

따라서 만델라의 석방에서부터 주민등록법의 폐지 등 각종 제도적 개선에 이르기까지 남아공의 백인정부가 취한 일련의 흑백갈등 해소노력은 또다른 흑백대결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않다는 지적이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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