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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내 진풍경/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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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내 진풍경/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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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이 눈부신 18일 상오9시30분께 서울 명동성당의 본당뒤편 성모동산 아래에서는 한상렬 국민회의 상임공동대표(41)와 기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수배해제와 경찰철수를 요구하는 엿새째 단식으로 약간 초췌해진 한씨를 에워싼 30여명의 보도진은 무슨 획기적 결단이 나오는가 하고 귀를 기울였다.

기자들 바로 뒤에서는 각 기관의 정보요원들이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메모를 했고 서울시경 특수기동대 소속 사복형사 20여명도 1계급 특진에 현상금 5백만원이 걸린 한씨와의 대화에 귀를 곤두세웠다.

한씨의 경호를 맡은 국민회의 사람들과 경찰은 이제 서로의 성당내 존재를 인정하는듯 시비조차 하지 않았으며 한씨가 기자의 질문에 『그건 저 사람들 때문에 대답못하겠다』고 말할 때는 다함께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바로 옆의 성모마리아상 앞에서는 혼인미사를 앞둔 흰 예복의 신랑과 눈부신 웨딩드레스의 신부가 이쪽의 간담회엔 아랑곳없이 다정한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한 외국인 신부는 이 기묘한 풍경이 신기하기만 한듯 부지런히 비디오카메라를 돌렸다.

한씨는 열띤 목소리로 국민회의의 입장과 자신의 운동관을 피력했고,기자들은 솔직하게 비난여론도 들려줘가며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날의 간담회도 별다른 묘수풀이 없이 3교시 종료를 알리는 계성여고의 차임벨소리와 함께 끝나고 말았다.

국민회의 관계자·기자·경찰이 성모동산앞을 떠나자 신랑신부는 오래 기다렸다는듯 함께 면사포를 덮어쓰고 입을 맞추는 사랑의 포즈를 취했다.

명백한 범법자들과 협상을 할수 없다는 공권력,타도해야할 폭력정권에 투항할 수 없다는 국민회의,그 틈바구니에서 종교적 야심과 도덕적 권위가 손상되지않는 선의 균형을 취하려 하는 가톨릭.

이들 3자의 논리와 감정이 뒤엉켜 만들어낸 명동성당의 삼각함수는 이날로 딱 한달이 됐지만 아직도 해답은 묘연하기만 하다.

한씨도 간담회에서 말했지만 「역사앞에 진실한가」하는 의문을 갖고 모두가 자기부정과 변혁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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