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엔 시민공원·출근길엔 지하철역으로/종일 지역순회… 피로 잊은채 한밤 연설연습광역의회 의원선거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손이 부을만큼 악수를 청하고 갖가지 공약을 내걸어보지만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알수없어 후보들은 애가탄다. 24시간이 너무 짧은 어느 후보의 하루를 추적해본다.
13일 상오5시. 서울 강남구 모선거구의 모당 김모후보(37)는 옷차림에 유난히 신경을 쓰면서 집을 나섰다. 전날 팸플릿을 돌릴때 『실물이 사진보다 못하다』는 말을 여러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공장 한강시민공원에 찾아간 김후보는 아침 운동을 나온 주민 1백50여명과 함께 에어로빅체조를 배운다. 『선거운동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빈정거리던 주민들은 며칠 지나자 『선거후에도 계속 함께 운동을 하자』고 권유할만큼 친해졌다.
1시간 남짓 운동을 한 김후보가 출근길의 주민들에게 인사하려고 상오7시께 지하철역에 가보니 친구 4명이 먼저 나와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김후보의 선거운동원은 모두 대학 친구와 후배·가족들이며 부인(35)이 선거사무장을 맡고있다. 오늘도 주민 몇명이 돕겠다고 찾아와 마음이 든든하다.
상오9시에는 지난 10일새 4㎏이나 빠진몸을 보충하기위해 닭죽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지역순회에 나선다.
김후보는 모교회 앞에서 선거사무본부장을 맡아준 친구 이모씨(39) 등 친구·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상가·교회·골프장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한표를 호소한다.
13년간의 공직생활을 지난 5월30일 청산한 김후보의 약력과 학벌이 적힌 팸플릿을 받아든 주민들은 김후보를 다시한번 쳐다본다.
낮12시께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뒤 어느 아파트에 찾아갔을때 주민들의 『또 오셨어요』하고 인사하자 김후보는 『앞으로 서너번은 더오겠다』고 말했다.
손님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겠다며 한움큼 집어든 이발소 주인은 『사회가 안정되고 물가가 내려갔으면 좋겠다』며 『서민들이 잘살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밤에오는 손님들이 「김후보가 제일 똑똑한 후보」라고 말하더라』고 포장마차 주인이 귀띔해주자 김후보는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하오6시께 1천만원에 전세낸 선거사무소로 돌아온 격려전화,편지를 정리 해본다. 『적은 돈이지만 선거자금으로 써달라』 『팸플릿을 가져다 상가주민들에게 돌리겠다』는 적극적인 지원자들의 전화에는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모후보가 K예식장 뷔페에서 주민 50명에게 식사대접을 했다』는 등 고발 전화도 많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오9시에는 인근의 20여평 남짓한 선거연락사무소에 가서 선거운동원,여론조사팀,전화홍보팀,자원봉사자들과 하루활동을 평가한다.
한 자원봉사자가 『다른 후보는 금품으로 선심을 쓰고 있는데 우리도 좀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하지 않느냐』고 운을떼자 김후보는 『우리는 선거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유권자의 양식과 자존심에 승부를 걸자』고 말하고 내일 선거 부정사례 적발반을 편성,구체적 선거부정증거를 확보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밤11시에 김후보는 15∼16일의 연설회에 대비,친구들의 도움으로 연설연습을 했다. 『강남주민 여러분,선거일이 공휴일이라고 「뿔뿔이」 흩어지지 말고 엄숙한 한표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워 갑시다』
학교때 웅변대회에서 1등을 했던 김후보가 열변을 토하자 모두들 박수를 친다.
뒷정리를 하고 밤늦게 사무실을 나선 김후보는 공무원 퇴직금 2천8백만원,친구들이 모아준 5백만원 등 3천3백만원의 선거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여서 앞으로 어떻게 꾸려갈까를 걱정하며 잔뜩 지친채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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