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통과후엔 주한핵등 조건불리 판단/우리측선 “지연술 추정 결의안 강행” 입장북한의 핵안전협정체결문제는 11일 북한측이 미국과의 조건부 「합의」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분명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리측과 미일 등 우방핵심이사국들은 회의 벽두에 엔도(원등) 일본대표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협정문안확정 및 서명,그리고 준수의지를 단계별로 명확히 천명할 것을 요구했었다.
우리측의 이같은 진의해명 요구는 사실상 북한으로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것 같다.
가뜩이나 국제적 압력에 몰려 유엔가입 및 핵안전협정체결 의사를 표명한 북한의 입장에서 공개회의에서 항목별 질문에 일일이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대내외적 체면과 위신을 송두리째 잃는 「굴욕」으로 느낀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협정체결 의지에 대한 의혹을 해소시켜야할 절박한 필요성을 갖고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대북한촉구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국제압력에 한층 몰리는 형국에 처해 주한미군 핵무기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줄다리기를 비롯,유엔가입·대일본 수교협상 등 핵안정협정 체결이 결부된 당면현안대처에 한층불리한 위치에 몰릴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합의」공개는 바로 이같은 상황을 최소한의 굴욕을 감수하면서 타개키위해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볼수 있다.
미국과의 「합의」를 제시하는 것이 국제적 압력에 굴복한듯한 인상을 주는것보다는 대내외적으로 훨씬 명분을 지킬수있는 것이다.
물론 진충국이 밝힌 미국과의 「합의」도 불확실하지만 그내용도 북한의 기존입장에서는 굴욕적이다. 진이 「교환조건」으로 지적한 미국의 「대북한핵무기 불사용보장」은 북한이 그간 핵안전협정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온 「주한미군 핵무기 철수」에는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어쨌든 「조건없는 전면핵사찰수용」 등을 확인한 진의 발언은 사실상 북한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는 가능한 가장 「성실한」 진의해명으로 볼수도 있다.
IAEA의 상당수 이사국들도 북한이 유엔가입과 특히 경제적활로 개척의 장래가 걸린 대일수교협상을 앞둔 처지임을 감안할때 협정체결의지를 일단 믿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한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견해는 북한에 대한 뿌리깊은 국제적 불신을 떨칠수없는 한국과 우방의 입장과는 약간 다른 흐름이다.
북한으로서는 일본이 핵안전협정체결을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마당에 더이상 「기만전술」 또는 「지연전술」로 이를 회피할 수는 없을것이란 것이 이곳 외교관측통들의 견해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것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직접 이해당사국인 우리정부와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문제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번 IAEA 이사회에서는 「이중적자세」를 취한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다만 그동안 한국 등의 입장을 고려,압력강화 전략에 동참하는 듯 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계속 궁지로 몰경우 북한이 막후합의 또는 협상 내막을 전면공개해 버리거나 자세를 경화시켜 대한관계 등에서 오히려 난처한 상황을 초래할것을 고려,압력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이 「대미요구수준」을 낮춘채 협정가입 의지를 재천명한것을 일단 진의해명을 한것으로 간주,강경결의안 제출유보란 반대급부를 북한측에 제공할 의도인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현지 한국대표단의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협정체결 의사표명자체를 결의안 채택을 막기위한 지연전술,기만전술로 규정했다. 미국과의 「합의」를 언급하는것도 북한특유의 선전술책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국제적압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의안 제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국자는 그 근거로 북한의 주유엔대사인 박길연이 회견에서 『남한의 핵무기를 동시에 사찰하자』고 한 발언을 들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핵사찰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확립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정부의 입장에는 북한의 핵안전협정 체결이 우리정부가 주도한 국제적압력에 굴복한 결과임을 확인시키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인상도 주고있다. 실제 이번 이사회초기 북한의 핵안전협정체결 자체보다는 결의안 채택여부가 논란의 핵심이고 목표인 듯한 인상이었다.
12일 한 외무 당국자는 『진북한특사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북한간에 사전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밝힌것은 서울의 여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깊은 불신을 보였다.
IAEA 이사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이같은 북한·미·일 및 한국의 복잡미묘한 입장차이와 움직임은 핵안전 협정체결 문제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즉,한반도 주변당사국들간에 현재 치열한 외교게임이 전개되고 있음이 빈에서 감지되고 있다.<빈=강병태특파원>빈=강병태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