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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과 학생/하종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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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과 학생/하종오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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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족성균관」의 유림과 학생들이 김귀정양 시신의 교내 운구문제로 마찰을 빚은 것은 좁게는 성균관대 내부의 일이지만 넓게 보면 오늘의 성균관이 우리에게 무엇이며 전통유교는 이 난국의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수 있는가하는 질문에까지 연결되는 문제이다.「공자의 위패를 모신 성역 대성전 앞으로는 결코 시신이 지나갈수 없는 6백년 계율을 깰수없다」는 유림측과 「김양의 민주화 의지는 김양이 몸담았던 교내에서 영결식을 치러야만 되살아날 것」이라는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명분이 옳다는 주장이었다.

11일 하오 김양 운구행렬의 사수대 2백여명이 검은 띠를 머리에 동여맨채 김양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백병원을 향해 교문을 나설때부터 이날 상오 긴급회동한 재경유림 1백여명은 우산을 받쳐든채 교문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장례는 조용히 예로 거행되어야 합니다」 「육백년 전통이다 대성전 앞으로 시신은 못들어간다」는 붓글씨 대자보를 써붙이기도 했다.

전통의식을 체현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어른들과 여물지 못한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의 대결로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황의 본질은 철없는 청년들과 고루한 어른들의 명분싸움만이 아닌것은 분명했다. 유림의 한 원로는 『학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온고지신의 의미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문제의 본질은 우리사회 현실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유림에게 묻노라」라는 대자보에서 『민족성대의 전통은 대성전앞 구사를 금한다는 단순한 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산군에 대한 유생들의 항거,일제에 항거한 민심의 기개,박·전정권에 맞선 성대인인의 용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같이 주장하며 『평소 시국에 무관심하거나 둔감했던 유림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신을 정문아닌 옆문을 통해 운구하도록 양측이 서로 양보한 것은 양측 모두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새로운 관계정립에 청신호가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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