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제 식료품점 “호황”/통독후 맹목적 「서독제 열광」서 벗어나/이윤밝은 서독인들 재빨리 사업 “변신”【베를린=강병태특파원】 지난해 경제통합이후 식료품까지 서독제를 선호하던 구 동독 국민들이 「옛맛」을 다시 찾고있다.
동독인들은 지난해 7월 경제통합과 함께 서독상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서독 TV광고를 통해서만 보아오던 화려한 포장의 서독 식료품들을 사기위해 슈퍼마켓마다 문전성시를 이뤘었다. 독일인의 주식격인 햄소시지를 비롯해 케첩·잼·버터 등 서독과 기타 세계적 브랜드의 가공식료품들로 가득 채워진 슈퍼마켓은 동독 주민들이 「통일의 환희」를 가장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됐었다. 이 와중에 조악한 포장의 동독 식료품들은 소규모 가게에서 마저 자취를 감췄다. 품질자체가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동독인들은 양질의 간판 동독 식료품마저 외면,『동독체제하의 모든 산물이 거부되고 있다』는 평가를 낳았었다. 여기에 동독으로 진출한 서독 슈퍼마켓 체인들은 대량조달이 용이한 서방 상품만을 취급,심지어 야채·과일·육류마저 동독 상품은 판로를 잃었다. 이때문에 동독 농민들은 동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등에 노천시장을 벌여 헐값에 야채·과일 등을 넘기는 고통을 당했었다.
그러나 경제통합 1주년을 앞둔 최근 동독 주민들은 적어도 식료품에 관한한 맹목적인 「서독제 열광」에서 깨어나고 있다. 화려한 빛과 포장,선전 그리고 비싼값에 비해 실속은 별난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탓도 있다. 그러나 비록 가공상태가 나빠 색깔도 우중충하고 포장도 조악하지만 동독 식료품들이 「자연식품」에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십년간 입맛에 길들여 온 동독 식품이 고유의 맛을 찾을수없는 서독 가공식품 보다는 동독인들에게 제격임을 다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동독 전역에서 확인되고 있다. 동베를린 등 동독 각지에는 동독제 식료품만을 파는 슈퍼마켓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슈퍼마켓들은 과거 동독이 자랑해온 튀링겐 소시지·엑젤렌트캐첩·립츠맥주·차어츠초콜릿·에어푸르트국수·그로이센 사라다 등 가공식품은 물론 도시근교 농촌에서 나온 「무공해」 채소들을 팔고 있다. 이곳에서 동독인들은 우선 값이 싼데 새삼 놀라고,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서독 가공식품과는 달리 자연그대로의 친근한 맛을 찾을 수 있는데 「감격」한다는 얘기다.
자취를 감추다시피했던 동독 식료품이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올초 서벨를린에서 였다. 벨를린장벽에 인접한 저소득층 거주지역인 크로이츠버그의 한 작은 식품점이 동독 식료품만을 모아 염가로 판매,터키인 등 빈민들과 학생 노인층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 선구적인 동독 식품전문가게의 성공담이 퍼져나가자 서독 상인들이 잽싸게 이 「신종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동독의 과거 국영식품점들이 광고에 쌓아둔 동독 식품들을 대량으로 매입,창고 등에서 박스단위로 포장식품을 팔고 있다. 동독 주민들은 시중슈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이 값싼 동독 식료품들을 무더기로 사가는 「이변」을 초래했다. 현재 동베를린과 말데부르크시 등에만도 이같은 「창고슈퍼」는 10여군데가 호황을 누리고 있고,금년내로 70여개가 새로 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라이프치히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0%의 응답자가 다시 동독 식료품을 사먹겠다고 답변했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동독 식품을 선호하는 동독 시민은 30%선에도 못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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