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장명수편집국차장/“젊은세대 일하는 열의 줄어 걱정”/정부 불신감·고물가로 민심혼란/그래도 땀흘리면 살수 있는 사회/고생 안한 후배들 참을성 부족… 「새정치」는 투표참여부터한국일보가 창간되던 1954년 태어나 지난 3월 지자제 기초의회선거에서 당선된 37세의 세의원강창혁(안산·삼기기공 노무관리부장) 김시용(김포·건축업) 이채학씨(안양·동새마을문고회장)는 가장 평균적인 30대 후반의 한국인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고교졸업후 직업을 가졌고,자기 개발에 관심이 많아 행정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했으며,25∼26세에 결혼하여 2∼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한사람은 35평형,두사람은 27평 아파트에 살고 있고,자녀교육을 위해 모두 피아노를 샀으며,세사람 다 자동차를 갖고 있다. 14년전 기계설계공으로 입사,생산부차장을 거쳐 노무관리부장이된 강창혁씨의 월급은 1백15만원이고,다른 두사람의 수입은 그보다 많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노동을 하더라도 부지런하기만 하면 아들 딸을 대학에 보낼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일보와 동갑인 세의원을 만나 「37세의 생」과 「지자제 시대」에 관해 들어본다.
▶기초의회가 출범한지 두달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가장 보람있었던일,어려웠던 점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말 그대로 주민을 위한,주민에 의한,주민의 자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때 가장 보람이 큽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자기들 손으로 국회의원을 뽑았으나 국회의원이란 너무 멀리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답답한 일이나 개선해야할 일이 있어도 어디가서 말을 해야할지 몰랐지요. 그런데 우리는 늘 주민들 옆에 있으므로 항상 얘기를 들을수 있습니다. 되도록 주민들을 많이 만나기 위해 새벽에는 약수터나 학교운동장에 가서 운동도 함께 하고,저녁에는 여론을 들으러 다니지요,우리는 아직 나이가 젊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몸으로 뛰면서 주민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려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실현 보람
어려운점은 참석해야할 행사가 너무 많다는것이고 특히 경조사가 큰 부담을 됩니다. 과거에는 한달에 10만원정도 나가던 경조비가 지난달엔 50만원 가까이 나갔어요. 기초의원이 됐다고 해서 월급을 받는것도 아닌데,참석해야할 행사는 점점 많아지니 고민입니다. 깨끗한 풍토조성을 위해서는 이런일이 사라져야겠지만 좁은 지역 사회에서 주민들 경조사를 모른척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어떤 내용들입니까.
『길을 포장해달라,쓰레기를 빨리 치워달라,수돗물이 잘 안나온다,하수도가 막혔다 등등이 가장 많지요. 사실 지역살림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큰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로서는 세금을 내는 만큼 이런 기본적인 요구를 할 권리가 있지요. 사실 변두리 지역 상황을 보면 서울 사람들이나 잘사는 지역주민들로서는 상상할수도 없는 악조건이 많거든요. 이런 지역에서야말로 대변자가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낍니다』
▶세분은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나던 해에 태어나 3공 아래서 초·중·고교를 다녔는데,우리나라 정치가들중에서 누구를 가장 좋아합니까.
『(세사람 모두)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합니다. 박대통령 생존시에는 한 대통령 밑에서 18년을 지낸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지금와서보니 오늘의 한국을 가능케한 기초는 박대통령이 닦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어렸을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빵한조각 밥한숟갈이 아쉽던 가난한 나라였고,청소년기에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오늘 어렸을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집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우리 자식들이 공부를 따라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대학에 보낼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닦은 사람,국민들의 보릿고개를 확실하게 넘겨준 사람이 박대통령이 아닙니까』
○박대통령 가장 존경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독재를 참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물론 독재는 나쁘지요. 더구나 이제는 독재를 참을 국민이 한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재만 하고 국민을 위해 별로 좋은 업적은 못남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박대통령이 훌륭하다는 것이지요』
▶자기세대가 우리 역사에서 행복한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합니까.
『일제시대와 6·25를 겪으며 온갖 고생을 다했던 우리의 부모세대에 비하면 분명히 행복한 세대지요. 우리 아래 새대보다 어려서 고생은 했으나 이제 와서 생각하면 고생도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래 세대를 보면 우리들처럼 고생을 안해서 그런지 참을성이 없고 모든것을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세분중 김시용씨는 건설회사 사장이고,강창혁씨는 회사의 노무관리부장인데,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요즘 왜 열심히 일하기를 싫어하는것 같습니까.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해서 싫증이 난것일까요?
『땀흘려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죽도록 일해온 세대가 아니고,젊은이들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 나이 또래만 해도 일하는 열의가 줄어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요즘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처음 묻는 질문은 보너스가 얼마냐,휴가는 며칠이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때 저 정도 기술은 얼마나 배우면 되느냐고 물었고,기술을 천직이란 생각 아래 말그대로 머리를 쥐어박히면서 배웠습니다.
그렇게 배웠어도 겨우 이정도인데 젊은 신입사원들은 통 땀흘려 배울 생각을 안하니 우리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입니다. 대학이나 노조의 운동권을 보더라도 잘못하는 점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루 아침에 민주화가 되고,원하는 것을 다 얻겠습니까. 운동권의 위장취업자를 만나보면 너무 자기들 논리에만 맹종을 하고 다른 주장과의 타협은 곧 끝장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우유먹고 자란 세대라 그런지 우리와는 영 다른것 같습니다』
○자기논리에만 맹종
▶지자제 뿌리 내리려면 어떤점이 개선돼야 하겠습니까.
『공무원들의 의식,주민들의 의식이 차츰 높아지면서 지자제도 뿌리내리게 되겠지요. 우선 우리 의원들 문제만을 생각한다면 자질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제 자체가 아직 걸음마인데다 우리는 사실 각자 생업을 가지고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닦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 아는 것이 없습니다. 행정,예산심의에서 회의진행에 이르기까지 특별 연수가 필요합니다. 각 대학의 행정대학원 같은데서 지자제 시대를 맞아 특별 과정을 신설해주었으면 합니다. 의원들 수준이 높아져야 지자제도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광역의회선거가 얼마 안남았는데 유권자,입후보자에게 당부할말은 무엇입니까.
『지난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전체적인 투표율도 저조했지만 특히 20대 30대의 투표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투표율이 70%에 이르렀던 시골에서도 청년들은 거의 투표를 안했습니다. 광역의회선거도 마찬가지일것 같은데 우선 유권자들에게는 반드시 투표해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투표율이 저조한것은 국회의원을 뽑아놓고 그들이 노는꼴을 보니 하도 한심해서 투표할 마음조차 사라졌기 때문인데,지방의회에서부터 새바람이 불어야 위에서도 정신차릴것 아닙니까. 위에서부터 정신 차린다는것은 이제 틀린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역의회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투표를 해야할것입니다.
입후보자들에게 「선거의 선배」로서 하고싶은 말은 되도록 유권자를 많이 만나라는 것입니다. 현행 선거법 아래서는 홍보가 부족할수밖에 없기 때문에 몸으로 뛰면서 한사람이라도 더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선거법 규정 완화를
▶지방의회선거법에서 고쳤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까.
『합동유세를 딱 두번하고 호별방문을 허가하지 않으니 홍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호별방문은 허가하되 금품·물품 공세를 고발하게하면 될것입니다. 또 투표구마다 현수막을 2개로 제한한것도 늘려줘야 합니다. 현재 기초의회 입후보자들은 공탁금 2백만원에 인쇄물은 각자 만들도록 돼있고,광역에서는 공탁금 4백만원에 인쇄물까지 만들어주도록 됐는데,기초도 차라리 공탁금을 늘려 인쇄물을 제작해줘야 합니다. 벽보 사진 홍보물 등을 만들때 규격을 잘몰라 혼란과 낭비가 많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겉으로는 지자제를 외쳤으나 속으로는 마지못해 지자제법을 만들다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운데 어떻게 해야 난국이 풀릴것 같습니까.
『요즘엔 민심이 흐트러진 정도가 아니고 엉켜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여당도 정부도 다 믿을수 없다고 생각하는 불신이 꽉차 있기 때문에 정치하는 분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정당도 제발 정략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하지말고 손해를 좀 보더라도 자신의 진짜 소신을 밝히고 정직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정치 못지않게 큰 문제는 경제입니다. 지금 웬만한 기업에서는 고졸자 임금이 대졸자의 90% 수준으로 따라갔고,40대 근로자의 잔업까지 하면 월 일백사오십만원은 타갈수 있습니다. 물가만 잡아준다면 임금은 해결됐다고 봅니다. 집값 전세값 생필품값이 6공들어 이렇게 뛰었으니 민심이 온전하겠습니까. 지금 국민에게는 정치혼란보다 더 중요한것이 물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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