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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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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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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과 밀가루의 범벅을 머리부터 온몸에 뒤집어 쓰고 손자뻘에 가까운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재상의 참담한 모습을 조간신문의 대문짝만한 사진으로 보고 온국민이 충격을 받은 날,집무실에 나온 정원식 총리가 『내 종아리를 호되게 때리고 싶은 심경…』이라고 한 발언은 스승의 위신이 산산이 무너져 내린것을 몸으로 체험한 노교수의 통한어린 자괴와 자책이어서 숙연하기만 했었다. ◆총리실의 비서실장과 행정조정실장에 이어 교육부장관이 사표를 낸 것은 스스로의 종아리를 피멍이 들도록 때리고 과격한 젊은이들의 잘못된 버릇을 바로 잡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로 비쳐졌었다. 재상에 오른 스승의 마지막 강의를 방해하고 폭력까지 행한 행동의 반인륜성은 더 말할 여지도 없는 것이지만 사건발생에는 정부측의 책임도 크다. ◆도대체 요즈음 시국이 어떤 시국이고 대학현장의 상황이 어떠한데 총리가 신변안전대책도 없이 나섰다가 호된 봉변을 당한 것은 안이한 시국인식과 부실한 상황판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측근들의 보좌실책이 지적되지 않을수 없고 취임 5개월여에 불과하긴 하지만 대학현장의 상황이 그 지경에 이르렀다는 측면서 교육부장관 역시 화살을 피할수 없다. ◆3명의 사표제출도 그같은 배경을 면밀히 검토한 뒤 내려진 결론이겠는데 3명의 사표가 모두 반려되었다니 뭔가 어리둥절하다. 장관의 사표가 청와대서 반려되자 청와대의 의중을 감지했음인지 총리도 뒤따라 두 실장의 사표를 돌려주었다. 결국 3명의 사표제출과 반려는 화살을 받을지도 모르는 3명에게 방패와 면죄부를 마련해 주는 6공인사 특유의 모양갖추기였던 모양이다. ◆문책을 않을 방침이었다면 애초부터 사표를 제출치 않도록 했어야지 스스로 종아리를 아프도록 때리겠다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회초리찾는척 하다가 슬그머니 주저앉는 꼴이 되어 불신감만 깊게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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