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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화는 목표초과”홍수/기업은“돈말랐다”아우성/풀린돈 어디로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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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화는 목표초과”홍수/기업은“돈말랐다”아우성/풀린돈 어디로갔나

입력
1991.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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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좇아 급한곳 외면/부동산·채권시장에 몰려총통화 증가율이 5월중에 다시 목표치를 상회하며 시중과잉 통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을 중심으로한 생산 현장에는 오랫동안 돈가뭄이 들어 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풀려난 돈은 고수익 채권 유통시장으로 몰려 여전한 재테크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상가나 아파트 등의 투기와 신도시를 비롯한 아파트 청약 등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 여유자금은 채권 유통시장과 부동산 시장 등 고수익 비생산부문의 울타리 안에서 맴돌며 좀체 이곳을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이 마구 풀리고 있는데도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부도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한은은 7일 지난 5월중 총통화가 평균잔액 기준으로 71조2천89억원을 기록,전년 동기보다 19.5%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당초 억제목표선 17∼19% 상한선을 크게 벗어난것.

그러나 이같은 통화증발에도 불구하고 생산현장의 돈가뭄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은행의 하루살이 자금인 일시대로 부도를 모면하고 있고 자금난이 갈수록 더 심해지자 올해 투자계획을 대폭축소하기 시작했다. 국내 유수의 재벌기업인 H그룹의 경우 올해 투자계획의 40%를 축소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강력한 통화긴축에 묶여있고 단자사 역시 여신축소 조치로 인해 여력이 전혀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은 연 30%의 사채를 쓰는 기업이 20%를 넘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됐고 중소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부도율도 크게 높아졌다.

주식시장도 고객예탁금이 지난 1월중 1조7천6백28억원에서 최근엔 9천2백46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업에 자금조달을 못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어음부도율은 전국 평균 0.04∼0.05%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생산현장은 돈이 말랐으나 부동산시장엔 돈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달의 성사지구 아파트 청약땐 한꺼번에 5천5백억원의 돈이 몰렸고 올해말까지 신도시 아파트 청약금 및 중도금으로 6조원 이상이 몰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자금 빈혈로 부도위기까지 몰리고 있으나 아파트 분양받는 곳에는 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 연18%를 웃돌고 있는 채권유통 시장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올들어 채권유통 시장에서는 매월 7조원 가량이 거래대금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월5조원선보다 40%가량이 늘어난 것. 종전 같으면 은행예금이나 주식시장에 있을 돈들이 고수익을 좇아 대거 채권시장에 몰린 것이다. 이곳에 모인 돈 역시 생산현장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자금압박이 심한 증권사 등 기관들의 연명 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돈의 흐름과 배분구조가 이처럼 왜곡돼있기 때문에 돈줄을 조금만 죄어도 생산 부문에서 먼저 빨려들어가 아우성이 나고 돈을 조금만 풀어도 부동산·채권유통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이상과열을 빚게되는 실정이다.

통화 당국은 부동산 시장과 채권 유통시장의 넘쳐나는 돈들을 기업쪽으로 연결시켜 주는 등 돈의 흐름과 배분구조를 정상화시키는 묘안을 못찾아내고 무조건 통화총량만 죄고 있다.

생산부문을 배려해서 돈을 조금더 풀어도 이 돈이 엉뚱한데로 풀려나가고 물가만 부추기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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