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중 돈을 예정 상한선보다 더 풀었으나 기업의 자금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정책집행에서 항상 유의해야할 좌우명을 떠오르게 한다. 두마리의 토끼를 쫓다가 한마리도 잡지 못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인플레의 억제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성화같은 통화억제 완화요구에 굴복,인플레도 억제하면서 재계의 자금난도 풀어주겠다고 양다리정책을 쓴다면 두 목표에 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6월은 광역선거가 겹쳐 선거자금이 나돌게 돼있다. 현재 추세는 전국에서 광역선거 입후보자들이 뿌릴돈이 자그마치 1조원은 될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돈줄은 계속 죄야한다. 지난 5월 한달중 늘어난 돈(M2)은 월평균잔액 기준으로 1조48억원,작년 5월에 비해 19.5%가 늘어난 것이다. 억제선 연 17내지 19%를 상회한 것인데 올해 들어와서 억제선을 넘어선 것은 3월 이후 두번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민간여신의 공급확대다. 5월중 방출한 민간여신은 ▲농사자금 5천억원 ▲주택자금 9백억 ▲중소기업 관련대출금 3천억원 ▲외화대출 1천5백억원 등을 포함,총 2조7백억원이다. 당초 목표 1조3천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한은측은 이에대해 증시침체로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의 길이 사실상 막힌데다가 금융산업개편에 따라 일부 단자사들이 은행으로 전환,대출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은행 의존도가 심화,통화량이 늘지 않을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앙은 떼를 지어 몰려온다는 잠언처럼 현재 기업의 자금난은 모든 악재가 겹쳐 더욱 심각한 것이다. 공급면에서는 정부의 금융긴축과 증시의 침체로 직·간접금융 모두가 크게 축소돼 있다. 한편 수요측면에서는 설비투자증대와 건축경기의 호조로 자금수요가 계속 증대되고 있다. 자금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실효금리가 20% 내지 23%까지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돈에 쫓기는 재계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예상 7% 보다 높은 8내지 9%선이 될것으로 예측하고 또한 자금이 제조업부문에 소요되는 경우 인플레 효과가 크지않다는 주장을 내세워 이 부문만이라도 융자를 확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통화량과 물가상승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가지 주장이 있으니 통화량의 증대가 물가상승을 가져온다는 피셔의 원리에는 이론이 있을수 없다. 남덕우 전 총리 등 역대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들은 인플레 억제에는 금융긴축 등 총수요억제가 정석적인 처방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각규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입각이후 이를 천명해 왔다. 인플레를 잡는데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
아파트가격 하락세 등 인플레의 기세가 진정될 기미가 있다. 총통화억제 등 정부의 물가억제정책에 동요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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