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서리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사건이후 취하고 있는 태도는 실망을 넘어 학생들의 도덕성·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들정도였다.4일 상오 긴급구성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사건발생 20여시간이 지난 이날 하오3시30분 대변인이라는 학생이 나와 기자회견을 갖고 수배된 총학생회 간부들이 밤새 논의,작성했다는 유인물을 읽어 내려갔다.
정총리서리에 대해서인지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인지 애매모호하게 지극히 정치적인 표현인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학교측에 누를 끼친 것에만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2시간쯤뒤에 대책위 간부들은 기자들을 찾아와 『정총리서리와 국민들에게 사과한다』며 사과방문단을 구성,이날중 정총리서리에게 찾아가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앞서의 회견내용을 번복했다.
기자는 마감시간에 쫓기며 황급히 정정송고를 하면서도 학생들의 양식에 안도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 내용은 『무조건 사과는 사태의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내부의 이견때문에 황급에 취소되고 말았다. 두차례 번복의 이유는 『기자화견때 떨려서』 『좀더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해프닝은 비상대책위가 갑작스럽게 구성돼 자리를 잡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태도로 미루어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사건에 대한 학생간부들의 첫 반응은 모든 책임을 관제언론에 돌리는 대자보였다.
총학생회,언론문제연구회,한 학우 등의 명의로 된 대자보는 『관제 언론들이 전교조교사 1천5백여명의 생존권을 박탈한 주역에게 행한 외대 학우들의 정당한 항의표시를 왜곡,폭력배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강경대·김귀정양 살해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언론을 비난했다.
대형사건이 날 때마다 정부측이 써온 떠넘기기 수법을 답습하는데 대해 일일이 대꾸할 필요도 없고 그동안 언론이 정도만 걸어왔다고 자부하지도 않지만 사건의 발생과 학생들의 대응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반성없는 감각과 생각이 짧음에 놀라고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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