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침통… 느슨한 공권력 질책/청와대/안부전화 잇달아… 외대총장 진사/총리실/개탄속 조기수습모색… 강성우려/야당「5월시국」의 여진을 딛고 광역의회선거를 향해 줄달음치던 정국은 학생들의 정원식 국무총리서리 집단폭행사건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맞아 깊은 충격속에 빠져들고 있다.
여야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의 폭력행위를 개탄하면서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의 정치구조가 돌발변수를 맞을때마다 휘청거리는 모습을 다시한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
노태우대통령은 4일 상오9시께 집무실로 등청하자마자 윤형섭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전날 저녁 관계부처장관과 수석비서관 등이 가졌던 긴급대책회의의 결과보고를 청취.
노대통령은 윤장관으로부터 20여분간에 걸친 보고를 받고 『이번 기회에 대학내의 잘못된 풍토가 바로 잡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도 문제지만 느슨한 공권력의 자세도 그 못지않다며 질책했다는 후문.
한편 청와대 비서실은 다른 사건때와 달리 학원문제라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정부의 적극개입을 자제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
한 관계자는 『대학생들의 패륜적인 행동은 학원내에서 스스로 제지를 당하고 스스로 고쳐져야 한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대학당국에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언급.
▷총리실◁
총리실은 정총리서리에 대한 잇단 안부전화가 걸려오고 학생들의 과격행동을 책하는 시민전화가 계속되자 다소 위안을 삼으면서도 침통한 분위기 일색.
정총리서리는 평소보다 다소 늦은 상오8시께 일어나 안부와 위로인사차 삼청동 공관을 찾은 임인택 교통부장관 강용식 비서실장 심대평 행조실장 등과 가벼운 담소를 나눈뒤 8시40분께 예전과 다름없이 등청.
이에앞서 총리 공관에는 총리의 안부를 묻는 각계지도급인사의 전화가 쇄도했는데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와 김종필 박태준 최고위원 김대중 신민당 총재 김덕주 대법원장 등이 안부를 물어왔고 정총리와 구연이있는 김총재의 부인 이희호여사도 안부.
강실장은 기자들에게 『총리께서 심적인 충격이 크셨던 것 같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은뒤 『학생들에게 맞아서 그런건 아니지만 얼굴이 약간 부으셨더라』고 정총리서리의 용태를 전언.
정총리서리는 정상집무를 취소한채 상오10시10분께 공관으로 돌아갔다가 진사차 외국어대의 이강혁 총장을 비롯,이인웅 교육대학원장,현직교사인 김영목씨(38·동의국교 교사) 등 대학원생 3명이 방문한다고 하자 다시 집무실로와 이들과 10여분간 대화.
이총장은 『학부모들과 동창들의 항의전화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말한뒤 『관련학생들 11명을 제적키로 결정하고 학칙도 고칠 생각이지만 총리께는 몸둘바를 모르겠다』며 연신 고개를 떨구는 모습.
또한 김씨 등 대학원생들은 교육대학원 원우회일동 명의의 유감의 뜻을 담은 「성명서」를 정총리서리에게 저난뒤 『앞으로는 이러한 참담한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다짐.
한편 강비서실장과 심행조실장은 비서실과 행조실을 대표해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이날 상오 사표를 제출했고 총리실 간부들도 일괄사표제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총리실 주변은 계속 어수선.
▷여당◁
민자당은 4일 이번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광역의회선거 결과 및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
김영삼 대표는 이날 상오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외대생들의 폭력사건은 윤리·도덕면에서 용납할 수없는 패륜행위』라고 비난한 뒤 『정치인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피력.
김대표는 이어 상기된 표정으로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며 폭력을 통해선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
김종필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세상에서 사라져 가고있는 이상한 사상으로 염색된 엉뚱한 세력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모두가 냉정히 자성하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것』이라며 망연자실한 표정.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정총리서리가 최근 시국분위기를 감안치 않고 대학가에 출강한 것이 시의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광역의회 선거에선 호재로 작용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
▷야당◁
신민당은 4일 김대중 총재의 기자간담회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학생들의 폭력행동을 거듭 비난.
신민당은 이와함께 상오에 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국회문체위 소집을 여당에 요구키로 하는 등 정치권 차원의 수습책 마련에도 발빠른 대응.
신민당은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권의 시국대응이 강성기조로 돌아서고 여권내 「강경파」의 입지가 확대돼 「제2의 공안정국」이 조성될 가능성을 우려.
신민당은 또 『여권이 이 사건을 계기로 중산층의 보수성향을 자극,광역선거에서의 승리를 꾀하는데 이용하려들지도 모른다』며 이를 경계.
이에따라 김총재는 상오의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의 행동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민주화개혁도 함께 촉구.
김총재는 『정총리서리가 봉변을 한 것을 보고 큰 충격과 비애를 느꼈다』며 『지성인인 대학생들이 어떻게 그렇게 거친 집단으로 변할 수 있느냐』고 개탄.
김총재는 그러나 『학생들에 대한 비난은 쉽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30여년에 걸친 군사문화에 그 근인이 있느 만큼 정부도 진정한 민주개혁과 민주화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
한편 김총재는 이날 아침 여의도당사에서 정총리서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정총리서리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
민자당은 이번 사건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돼 특히 광역의회 의원선거에서 민주당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연.
이는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당의 행동수위를 운동권에 맞춰왔기 때문에 운동권 학생들의 이번 「패착」이 곧바로 민주당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듯.
이에따라 장석화 대변인은 『표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우려하면서 『민주발전에 역행하는 폭력행사는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점을 학생들은 유념하기 바란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신효섭·정희경기자>신효섭·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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