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는 안될일이 일어났다. 「재상교수」의 마지막 강의가 운동권 학생들의 폭력에 의해 중단됐다. 그뿐이랴. 「재상교수」 자신이 달걀세례를 받았다. 머리와 상의가 온통 터진 달걀과 밀가루로 뒤범벅됐다. 멱살도 잡혔다. 주먹과 발길질도 당했다. 정원식 총리서리는 외대 총학생회장 정원택군 등 학부 운동권학생 50여명에게 30여분동이나 안할말로 「X」처럼 끌려다니다 교문 밖으로 축출됐다. 정총리서리는 3일 저녁 총리 입각전에 시간 강사로 출강해온 한국외대 교육대학원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다가 이처럼 엄청난 봉변을 당한것이다. 정총리서리가 맡은 강좌는 「학생생활지도 특강」. 이날 마지막 시간의 주제는 「교육에 있어서는 동기 유발」이었다.정총리서리는 이날 강의 모두에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교수라고 생각,강의에 충실하려 노력해왔다』며 『강의시간이 마침 일과후여서 마지막으로 잘마무리 하기위해 왔다』고 마직막 출강의 동기를 말했다. 교육학을 전공한 노교수의 충정이 담겨있다. 정총리서리의 강의 소식을 교내 방송을 통해 듣고 몰려온 학생들은 『전교조 박살낸 정원식을 박살내자』 『X새끼,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재봉(노재봉)이나 원식(정원식)이나 그X이 그X이다』 『김귀정이를 살려내라』 등등 고함과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인격과 학문을 도야하는 지성의 목소리라기 보다는 시정 깡패들의 폭언이나 다름없다. 집단폭행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날벼락을 맞은 정총리서리는 『오늘의 현실이 대단히 비통스럽다』고 했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정총리서리의 봉변 현장을 목격한 시청자들이나 아침 조간신문을 받아본 독자들도 같은 심경이었다. 한달이상 지속되는 치사시국을 침묵으로 지켜봐온 시민 다수는 분기탱천했다. 「인륜은 어디를 갔는가. 저런 패륜아들을 가만두는가』 『미친X들 아닌가. 나라꼴이 창피해 죽겠다』 『양비론을 집어치워라』… 한참 이어질듯하다.
학원이 어찌하여 이지경까지 됐는가. 운동권 학생들이 어찌하여 이처럼 폭력적이고 독선적이 됐는가. 왜 이처럼 몰이성적이 됐는가. 양비론으로 돌아가 통치권자와 여·야 정치 지도자들 등 현행의 기존 정치지도자 그룹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에는 운동권 학생들의 행동이 너무나 적대적이고 감정적이었다.
그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군사부 일체라는 전통적인 유교적 윤리관이 훼손된지 오래라곤 하나 아직도 사회일부서는 그 명맥이 힘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성과 상식의 세계에서는 문제의 학생들의 폭거를 정당화할수 있는 것이 없는듯하다. 이제 이만하면 충분하다. 학생 운동이 뭣을 의도하고 있고 어디로 가고있는지 그 실체를 알고 효율적인 국민적 처방을 강구할때가 온것같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노태우 정권타도』 『민주화』 『미제타도』 『파쇼정권타도』 『민중정부』 등등이다. 이들은 87년 선거직후부터 『노정권의 타도』를 외쳐댔다. 소위 『미제가 조정하는 파쇼정권』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수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노정권이 총선거에 의하지 않고서는 대체될수 없는 민선정부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또한 정치운동이 성공하자면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체제,가치관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이것이 없다. 현행 체제의 파괴만을 주장했지 설득력 있는 대안이 없다. 그들의 일부가 내세우는 「민중정부」가 뭣인지 알수가 없다. 「민중정부」가 마르크스 레닌주의 체제를 원용한것 같은데 그것은 지난 70년간의 실험결과,대실패로 끝났다. 어쭙잖은 탁상의 논리로 역사의 대실험에 도전하는 것은 도로다. 학생운동의 행태는 사회가 관용과 사랑으로 봐주기에는 순수성과 진실성을 상실했다. 현재의 학생운동은 6·29선언의 도출에 대한 기여로 끝났어야하는 것이다. 학생운동은 기폭제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4·19 학생운동이 그랬고 60년과 70년대의 일의 안보파동,미·서구의 반전운동도 같은 길을 갔다. 이제는 진부한 화염병과 최루탄 대결의 시국에 종지부를 찍을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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