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의석 가입포기는 「돌변」 아니다북한은 5월27일 외교부성명을 통해 이제까지 주장해 온 「하나의 의석」 공동유엔 가입안을 포기하고 개별 유엔가입 신청결정을 발표했다. 따라서 사실상 남북한이 두 회원국으로 동시 또는 시차를 둔 유엔가입이 성큼 가까워졌고 이는 긍정적인 북한정책 전환의 좋은 표본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정책전환은 「돌변」은 아니다. 이미 91년 신년사에서 김일성이 『하나의 제도로 만드는 문제는 후대에 맡긴다』고 말하고 이른바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를 강조했고 이어서 손성필,윤기복 등 고위관리의 입을 통해 고려연방제 안의 두지역 정부에 「국방·외교·경제·입법업무 수행권」을 시사했다.
마찬가지로 「먹고 먹히는 통일은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두 국가 유엔가입의 가능성을 밑바닥에 깐 얘기였다. 더구나 최근 외풍만 따지더라도 중국 총리 이붕의 방북(91년 5월3∼6일),강택민·고르바초프 중소정상회담(5월15∼19일),3차 북한·일본수교회담(5월20일∼22일),미·북한 16차접촉(5월16일) 등을 들수있다. 이붕의 방북시 유엔동시 가입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을 굳이 북한이 강조하여 보도한것은 거꾸로 얘기하면 한국의 선유엔가입 추진에 중국의 거부권 확약을 받지 못했다는 반증일수도 있었다. 더구나 일·북한 3차 북경회담에서 북측대표가 『북한의 관할권이 한반도 이북에 한한다』고 공식 시인했고 『동시 가입문제에 유의하겠다』고 발언한것도 모두 「돌변」이 아니라는 보기들이다.
이번 유엔개별 가입신청 결정의 외교부 전문을 읽어보면 남한단독 유엔가입 추진을 『그대로 방임해 둔다면 유엔무대에서 전조선 민족에 이익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들이 편견적으로 논의될 수있고 그로부터 엄중한 후과가 초래될수 있기때문』에 마지못해서 내린 결단인 것처럼 핑계와 비난의 화살을 남쪽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북한이 남한에 밀렸다는 얘기가 된다.
왜 그러면 북한은 이러한 결정하기에 이르렀는가. 첫째는 하나의 국호,하나의 의석 유엔가입안은 국제법상으로나 실제 그런 형태로 가입된 경우 단일의석으로 활동할때 나타나는 문제점들… 국명,국기,대표부 구성,투표권 행사,유엔간부직 후보지명,회람문서 제출,토의참가,유엔 및 다른 대표부로부터 질의 답변 및 의사소통,유엔의무 이행,이견조정,표결결정,안건결정,신임장 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따라서 한국의 유엔동시 또는 단독 선가입안은 1백40여개국의 지지협조를 얻고 있으나 북한의 제안의 거의 아무도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었으며 최후의 보루로 믿고있던 중국마저도 한국 선가입안 거부권행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계라고 볼수 있다. 둘째로 북한의 국제적 고립화와 국내적 경제파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일·대미 접촉에서 남북한 유엔가입이 전제조건으로 계속 남아있음으로써 이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다. 셋째로 「단일국호,단일의석안」이란 허구는 실은 북한이 속셈은 단독가입을 원했으나 그것을 처음부터 추진하는 데서 오는 부담과 문제점들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마지못해 크게 「양보」하는 식으로 해서 개별 유엔가입을 실현한다는 계산이 깔려있을 수도 있다. 넷째로 동·서독의 73년 유엔동시 가입의 의미처럼 다급한 북한이 개별가입으로 당분간 시간을 벌 수 있다는쿠바의 카스트로와 북한의 김일성만의 마지막 남은 공산주의 두 「공룡」으로서의 체제공격형에서 체제수호형이 되는 소용돌이 속에서것이다.
다섯째 북한이 비난 공격해온 남한의 남북한 동시 또는 개별 유엔가입 제안의 비논리성,비현실성,이율배반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남으로써 더 이상 선전·선동공세를 펼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동시·개별가입이 「분단항구화」 한다는 논리는 동·서독,남·북예멘 통일실현 성공이 반증을 했다. 북한의 고립과 한반도 긴장을 고조한다는 「고립화 긴장고조 논리」도 남한북방 정책이 오히려 북한의 대일·대미 접촉과 이른바 「남방정책」을 추진시키는 촉진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실증될 수 없다.
요컨대 북한의 「변화」를 아무도 이젠 부정·부인할 수는 없다, 남북관계만 보아도 3차에 걸친 남북총리 회담,4월 IPU총회 한국의원단 판문점 통과,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출전(3월),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출전(6월14일) 이 그 좋은 보기들이다. 남북한 교역량도 올 4월말 현재 2백25건으로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었다(승인기준).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건전하고 건설적인 일원으로 거듭나기위한 리트머스 테스트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단일의석,단일국호 유엔가입 주장을 포기하는 것이고 또 하는 북한이 85년 조인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유엔국제원자력기구 핵시설 사찰을 가능케하는 안전협정(SA)을 체결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의·타의에 의해서든 외압·내인에서든,첫번째 시험에 긍정적으로 대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두번째 시험에 긍정대응하는 길이다, 두번째 시험에 긍정반응하는 것은 북한을 위해서난 한국 민족을 위해서나 나아가서는 전 인류를 위해서나 모두 보탬이 되고 바람직한 선택이다. 만약 북한이 곧 두번째 시험도 통과한다면 그 다음 과제는 남북통일에의 진지한,그리고 현실적인 접근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두 국가의 틀을 계속 일정기간 유지하면서 북한내의 자유화 민주화 과정이 원숙해져야 한다. 남북한간에 캐나다와 미국처럼 정치·경제체제에 상용성이 존재할 때까지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야 하고 기달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통일에의 기나긴 역정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민족적 대각성,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자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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