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에 가입하겠다고 외교부 성명을 통해 27일 긴급 발표한 것은 일단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것 같고 그것이 움직일수 없는 사실이라면 남북관계는 물론 남북한의 외교상황에도 중대변화를 가져올것이 틀림없다. 북한의 유엔가입이 가져올 중대변화는 우선 개방과 화해의 국제조류에 동조한다는 뜻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고 냉전기조의 남북관계에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남한으로서는 40여년간의 외교숙원을 풀게되었다는 점에서 환호성이 터지고도 남을 만큼 즐거운 일이 아닐수 없다.그리고 또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이 뒤늦게나마 「하나의 조선」이라는 종래의 고집스런 주장을 버리고 「두개의 조선」이라는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나온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허울뿐인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은 그들의 동일의석 유엔가입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먹혀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남한쪽의 동시가입론이 지지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었고 급기야는 과거 북한의 외교 후견인이었던 소련은 물론 중국마저도 동시가입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반대만은 할수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우리정부는 일찍부터 금년을 유엔가입의 해로 목표를 정하고 세계각지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대공세를 펼쳐왔었다. 북한이 동시가입을 끝내 반대할 경우 남한만이라도 먼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우리의 입장을 유엔과 국제여론에 호소해온 것이다. 우리가 먼저 가입함으로써 북한의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국제사회에서 큰 호응을 받아냈다. 가만히 앉아서 북한의 변화만을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내부적인 어려움도 급선회를 가져온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우리외교의 끈질긴 노력이 또 하나의 성공을 거둔 것만은 확실하다.
이제 남북한은 앞으로 협의해서 함께 신청을 하든 의논없이 개별적으로 하든 그런 절차에 관계없이 유엔회원국이 되는 셈이다. 남북한의 동시가입이 남한에 더 큰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고 북한은 반대해왔는지 모르나 북한 역시 자신의 가입으로 얻는 이득이 적지 않을 것이다. 테러 폭력집단이라는 오명이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평화애호국의 이미지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소득인가. 북한의 유엔가입이라는 문제가 북한쪽의 일방적인 발표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북간 협상의 산물로 나왔더라면 세계인이나 양쪽 국민이 보기에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유엔에 들어간뒤 세계적인 이슈가 있을때마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서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볼날도 멀지않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북한의 이같은 대전환은 결국 대남전략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당국은 외교적 성공에 들뜨기 전에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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