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 총리서리가 27일 『이제 정부는 「국민의 시각」에서 현실을 통찰하고… 현안을 「순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으나 그말에 피부에와 닿는 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것 같지가 않다. 정총리서리의 등장과 개각의 내용이나 성격,그 개각이 나온 배경자체가 과연 「국민의 시각」 반영에 얼마나 충실한 것이었던가에 근본적인 의문이 있고 「순리적」이라는 표현에 동감보다는 하나의 수사같이 받아들여지는 곤혹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내각퇴진 압력에 대해 완강한 반대입장이던 노태우대통령이 노재봉 총리를 경질한 것은 여론을 수용하는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여러가지로 건설적인 정치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저명한 정치학자로서 6공 후반기의 정치논리와 정략을 마련하고 두터운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공안통치라는 강성기조를 보여왔던 노전총리의 후퇴는 정국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전총리와 다르고 설득력이 뛰어난 새총리의 등장도 시국수습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소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각뉴스에 대해 많은사람이 실망과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는것은 개각에 임하는 대통령과 그 주변의 시국관에서 정치사고의 변화나 전환을 읽어낼수 없었다는데서 비롯된다 하겠다.
전교조와 대학의 시위사태에서 강경대응을 했던 인물을 새총리로 발탁하고 세칭공안 드라이브의 이론적틀과 집행력을 처음선보였던 전검찰총장의 중용,내각과 청와대 등의 강성인사 유임 등은 국민에게 일반화된 공안통치에 대한 알레르기를 새삼스럽게 다시 자극한 셈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여론은 실정과 민주개혁에 관한문제는 시일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해가더라도,당장은 힘에 의한 통친방식을 극복하려는 변화나 의지만큼은 보여주었어야 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21개월 남짓 남은 6공 후반기중 다시 개각이 있는한이 있더라도 이번만은 강성시비의 소지를 일단 극소화하여 이반된 민심을 진정 시키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고 믿을 것이다.
국민의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는지 정부가 더이상 밀리면 큰일난다는 시국관을 바꾸지않은 탓이었는지는 잘라 말할 수 없겠으나,적어도 이번 개각이 민심을 수습하는 결정적 전기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정부도 그같은 경우에 대비해 연속적으로 후속수습책을 마련하고 있는것 같다.
28일 있을 당정회의에서 대통령이 정국불안의 주요요소의 하나인 내각제 개헌 포기에 관해 발표할 것이라든가,물가,부동산 등 경제현안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든지,6월1일 광역선거 공고를 계기로 광역선거체제로 돌입,국민의 관심을 돌리려하는 발상 등이 그것이다.
이번 개각과 후속조치로 영구집권기도와 관련된 국민의 오해와 불안은 다소 해소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후반기 누수방지정책과 관련,갈등구조가 계속 될 것같아 우려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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