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하오1시30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공안통치 종식과 교육자치실현 및 전교조 합법성쟁취를 위한 창립2주년 전국교사대회」라는 긴 이름의 집회는 『전교조가 와해됐습니까,대회가 무산됐습니까』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는 『아니오』라는 함성으로 시작됐다.당초 상오11시 여의도광장에서 대회를 열기로 했던 전교조는 예상대로 원천봉쇄되자 낮12시20분께 『연세대로』라는 사발 통문을 돌려 1시간만에 1만여명이 낙오자없이 노천극장에 집결하는 기민성을 과시했다.
뒤늦게 경찰과 각 시·도교육청 장학사들이 연세대로 달려와 저지하려 했으나 이미 대회개최는 기정사실이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점심도 거른채 참석자들은 물구덩이로 변한 노천극장 맨땅 스탠드를 3시간여동안 가득메우고 각종 플래카드와 깃발을 휘둘렀다.
아기를 업는 여교사도 눈에 띄었고 장성한 아들을 데리고 나온 노교사도 구호를 따라 외쳐댔으며 「전남 완도」 등 도서와 산간벽지 지회의 깃발도 적지 않았다.
노래패를 지휘하는 음악교사는 비에 젖은 머리를 연신 쓸어올리면서도 기쁘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주최측은 지부·지회별 인솔자의 보고를 집계한 뒤 1만2천1백50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현직교사 조합원은 1명도 없다』는 교육부 공식발표와는 동떨어진 숫자였고 교육현장을 떠난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않을 만큼 조직력을 과시한 집회였다.
전교조가 뛰어난 조직력과 안정된 재정으로 노선갈등이 분분한 재야운동권에서 구심역할을 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것은 운동권에서도 인정한지 오래지만 교육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강온책의 적절한 배합 등 합리적운동 방법을 지향해 온것이 교사들의 공감을 잃지않는 동력으로 작용한것 같았다.
민심수습과 공안정국 종식의 대임을 떠맡은 새 내각은 2년전 1천5백여명을 해직시키면서 「소신있게」 밀어붙였던 전교조가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현실을 재검토하는 일부터 시작해봐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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