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핵전략문제가 최근 미국에서 꾸준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의 움직임으로는 중국과 북한을 거쳐 서울을 다녀간 미국 아시아협회의 「한반도문제 연구조사단」을 들 수 있다.이 조사단을 이끌고 직접 평양과 서울에서 「현장조사」를 했던 스칼라피노 교수는 지난 22일 『한반도내 핵배치는 필요치 않다』고 단정했다. 우리에게도 익히 잘알려진 아시아통인 스칼라피노 교수의 발언은 특히 우리가 주목할만하다. 시기적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미군의 1단계 감축이 시작됐고,또한 걸프전쟁 이후 미국의 전반적 전략체계 개편논쟁이 일고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미국 아시아협회의 이 연구조사단은 「탁상공론」이 아니라,미국의 전문가들이 처음으로 조직적인 현장조사를 통해 체험적인 정보수집을 시도했다는 뜻에서 각별한 뜻을 지닌다. 더구나 미국의 아시아통 외교서클 안에서도 보수적 입장에 서온 것으로 돼있는 스칼라피노 교수였다.
이에 앞서 합참의장을 지낸 윌리엄·크로제독이 「포린·어페어즈」에 실린 논문에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해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타임스도 지난 2월에 이어 4월에도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를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닉슨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주한 미군의 핵무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4월 의회에 보낸 「연례군사력 평가보고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1백20일전투」라는 가상시나리오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이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 핵전쟁이나 화학전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의 군사전략은 궁극적으로는 핵의 힘을 바탕에 두고 있으며,이러한 전략이 가까운 장래에 바뀔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유력한 전문가 서클안에서 한반도의 핵무기를 철수시키라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차츰 커가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핵전략은 「한반도의 평화」 문제인 동시에,소련과 중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핵전략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반도 핵무기 철수론은 대부분 앞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전략 당국으로서는 뒤쪽에 큰 비중을 둘것이다. 조심스럽게 논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