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자살한 김기설씨 유서의 대필공방은 검찰과 전민련,강기훈씨의 주장이 전혀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9일 검찰이 대필의혹수사를 발표한뒤부터 계속된 시비는 그동안 김씨,강씨의 문건 10여가지가 공개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상반된 주장을 정리해 본다.◎검찰측 주장/“홍양 「분신직후 필적조작 대책회의」 자백”
검찰은 당초 김기설씨 분신자살 사건의 배후세력 존재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분신당시 협력자가 있었는지 여부 ▲출입이 쉽지않은 서강대 본관 옥상에 올라가게된 경위 ▲분신에 사용한 시너의 출처 ▲분신직전 김씨의 행적 ▲유서의 진위여부 등 5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었다.
검찰은 그동안 앞의 4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전민련 관계자들이 검찰수사에 응하지 않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유서의 대필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초기부터 단서를 잡고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가 유서대필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강씨의 유서대필과 사후필적 은폐 등 두가지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은 지난 17일 강씨가 민정당 가락동연수원 점거농성 사건으로 구속돼 경찰에서 쓴 자술서(85년)와 유서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통보를 받고 「유서대필=강기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와함께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양(26)의 진술을 근거로 『강씨가 김씨 분신후 종로 모카페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홍양 수첩에 직접 「김기설」이라는 이름과 전민련 전화번호 2개를 써넣는 등 유서대필 사실을 은폐하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전민련측이 지난달 20일 김씨 것이라고 제출한 수첩의 진본여부 감정결과 「찢겨진 3장의 절취선과 잔류부분의 절취선이 맞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음으로써 「원본 그대로」라는 전민련측 주장과는 달리 『강씨가 유서대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 수첩을 조작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민련측이 지난 8일 홍양으로부터 수첩을 건네받은지 13일만에야 검찰에 제출한점 ▲홍양이 9일 『수첩을 돌려달라』고 하자 『수첩은 없는 거야』라고 말한점 ▲홍양이 조사과정에서 수첩의 존재를 끝까지 감추려 한점 등도 수첩이 조작사실을 반증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검찰은 이밖에 강씨가 여러개의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전민련에서 유서가 김씨 자필이라는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자료가 객관적으로 김씨 자필임을 입증할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강씨가 공개장소에서 직접 충분한 분량의 글을 써 제출하면 이를 감정할 용의는 있다』며 『그러나 국가최고수사기관인 검찰이 검찰청사외에 다른 장소에서 조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민련측 주장/이력서·방명록등 근거 “필체 두가지 사용
전민련은 검찰이 유서대필 수사를 발표한때부터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에 찬 왜곡·날조이며 온국민의 민주화요구로 궁지에 몰린 현정권이 국민적 항쟁을 일시나마 누그러뜨리려는 치졸한 조작극』이라며 김기설 강기훈씨의 필적을 광범위하게 수집,공개하는 등 강력히 반박해왔다.
강씨는 처음 대필시비가 터져나왔을때 검찰측이 의문점으로 제시한 전민련 업무일지에 대해 『업무일지는 김씨 혼자 작성해왔으며 민족민주연구소 발간 「정세연구」 표지에 쓰인 「국민연합 김기설님」이라는 문구도 내가 쓴 사실이 없고 정세연구 발간에 관여하거나 이 책자를 보낸적도 없다』고 검찰발표를 반박했다.
전민련은 이어 김씨가 자살직전까지 사용했던 수첩과 서류봉투,서류철 등에 있는 김씨의 필체를 공개하고 유서필체와 육안으로도 동일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강씨가 87년 4월 마산교도소 복역당시 여동생에게 보냈던 편지를 공개,유서의 필체와 전혀 다르다고 밝히면서 김씨가 지난달 숭의여전 학생들에게 넘겨줬던 메모지를 공개,『유서와 동일필적』이라고 주장했다.
전민련은 검찰의 대필의혹이 계속되자 김씨의 이력서,89년 10월 성남지역 터사랑청년학우회 창립대회때 방명록에 서명한 글씨를 공개,『김씨의 글씨는 정자체와 흘림체 등 두가지』라고 말했다.
전민련은 이력서·주민증 분실신고서·누나에게 보낸 육아책의 글씨는 정자체이며 유서·방명록·수첩·숭의여전 메모·업무일지·홍모양에게 준 메모 등은 흘림체라고 분석했다. 전민련은 이밖에 전교조 원주지부서 김씨가 쓴 방명록·성남민주화운동청년연합 활동당시 작성한 상황일지 등도 추가로 공개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홍양의 진술에 대해서는 『96시간의 밀실수사로 마음여린 홍양이 착오로 진술한 것』이라며 『공개되고 안정된 장소라면 검찰수사에 응하는 것은 물론 홍양과의 대질에도 응할것』이라고 밝혔다.
수첩조작설에 대해서도 전민련은 『김씨의 학교친구 고향친구 등 김씨만 아는 전화번호가 다량 기록돼 있는 점으로 미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홍양이 수첩을 없는 것으로 하라고했다고 진술한 것은 「수배중인 한상렬 전민련공동의장의 전화번호 등이 적혀 「이 부분을 모르는 것으로 하라」는 말을 잘못 들은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전민련 주장의 차이
●검찰
△유서내용:누나에 대한 언급없어 가족도 의심
△김씨 수첩과 전민련 보관경위:가필흔적이 있는등 전민련이 변조. 필적 은폐키 위해 홍양으로부터 가 로챔
△김씨필체:글씨체가 바뀌어도 필적확인 가능
△사망전 행적:6일 하오3시∼7일 하오7시까지 김씨행적 불분명. 강씨의 알리바이 규명 필요
△홍양 진술:법원에 증거보전
△카페모임:수사에 대비한 은폐조작 회의
△육아책 필적(85년):유서 필적과 다름
△숭의여전 학생들에게 준 메모:김씨의 직접작성 증거 없음
△방명록 글씨(89년): 〃
△김씨 군경력:군종병과 의무병
△전민련 일지:강씨가 김씨 것인양 옮겨씀
△정세연구 표지:육안으로도 강씨 필적과 동일
△주민증 분실신고서:김씨의 무인있고 가족들이 증언
△강씨의 옥중편지(87년):직접 쓴 증거없음
△강씨 자술서(85년):경찰에서 자필로 작성,무인
●전민련
△유서내용:김씨가 쓴것이 분명
△김씨수첩과 전민련 보관경위:한상렬공동의장이 김씨것임을 직접확인 . 홍양이 전민련간부에 넘겨줘 보관 △김씨 필체:정자체와 흘림체 등 필체가 2가지임
△사망전 행적:강씨는 4일 하오 8시 전민련 사무실에서 김씨를 마지막 대면
△홍양 진술:강압에 의한 조작
△카페모임:홍양을 위로한 술자리
△육아책 필적(85년):시차가 있어 필적변화 가능성 큼
△숭의여전 학생들에게 준 메모:김씨가 직접 적어준 것으로 유서필 적과 동일
△방명록 글씨(89년):김씨가 성남지역 대학생 모임 창립대회에서 직접 서명
△김씨 군경력:차트병으로 근무해 다양한 필적 구사
△전민련 일지:김씨가 전담작성
△정세연구 표지:강씨는 정세연구 발간에 관여한적 없음
△주민증 분실신고서:검찰조작
△강씨의 옥중편지(87년):강씨편지가 틀림없고 유서와 필체 다름 △강씨 자술서(85년):직접 보기전엔 알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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