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봉 총리가 물러나고 개각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국론이 이리저리 찢기고 조야가 팽팽하게 맞서왔던 위기정국은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그러나 새 내각이 민심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국의 향방이 변할 수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의 여지는 아직도 남아있다. 우리는 이번에 출범할 새 내각이 6공 최대의 위기를 관리해야하는 지극히 어려운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난국을 헤쳐가는데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땅에 떨어진 국민으로부터의 신뢰을 회복하려는 노력임을 먼저 강조해 두고자 한다.새 내각을 둘러싼 정치상황은 매우 복합적인 난기류에 휩싸여있다 하겠다. 노재봉 내각이 후반기 누수와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6공 마지막 돌관내각이었다고 알려져있었던 만큼 이 시점에서 그 포진이 바뀌게 된것은 6공 핵심부의 동요요인이 될 수가 있다. 때문에 새 내각이 권력내부의 새로운 개편욕구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질수 있느냐가 최대의 관심사가 될듯하다. 6공이 당정간이나 민자당내의 계파간 갈등이나 내분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보다많이 잃어버렸던것이 사실인 만큼 정국안정회복 여부는 내부요인과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실정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출을 해소하는 문제도 짧은 기간내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3공이래 오랫동안 쌓여왔던 문제점이 6공에 들어와 곪집터지듯 터진것이 많고,계층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게 많아 난제의 해결이 어느것하나 쉽지가 않은 것이다. 국민들은 과감한 민주개혁을 보이라고 압력을 넣고 있지만 제2의 6·29를 선언할만한 새로운 내용을 내놓기가 여의치 않음도 짐작할 수가 있다. 공안통치의 종식이라는 국민적요구도 현실적으로 수용하려면 어려움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말이 「공안통치」라는 말로 두리뭉실 돼버렸지만 국법질서를 단호하게 지키는 일과 5공식 공권력 활용이라는 비난을 구별하는 일이 물과 기름을 가리는 것처럼 쉽고 분명한 것은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새 내각에 기대를 건다. 지난 20여일 사이 언론에 투영된 의견만 상당히 수용해도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러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기대까지도 포기하는 단계가 오면 6공은 22개월 남짓한 잔여임기를 채우기가 힘들수도 있는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이 취임초부터 퇴임후를 너무 의식한것이 여론에 밀리게 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새 내각에겐 그것이 좋은 지표가 되리라고 본다.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하면 국민들도 「과정이 좋으니 결과도 좋을 것이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6공은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비난도 들었다. 그것은 월계수,차기,내각제,특정지역의 영구집권 의도 등으로 표현되는 정치공학적인 인위적 움직임이 나라의 앞날을 보는 국민의 시야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빚은데서 연유한 것일 수가 있다.
「실무에 능하기보다 경륜이 있는 총리가 절실하다」는 일부여론은 「민주화비전」의 제시가 그 어느것 보다도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크다는 것을 대변한다고 본다. 새 내각은 국민이 나라가 가야할 앞길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볼수 있도록 해주는 일부터 시작함으로써 난국을 다스려갈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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